윤은자 - 바람의 언어
윤은자_경복궁_잉크젯 프린트_71×103cm_2007
윤은자_초가_잉크젯 프린트_71×96cm_2007
윤은자_해미읍성_잉크젯 프린트_71×97cm_2007
윤은자_이승복동상_잉크젯 프린트_71×97cm_2007
윤은자_예술의전당_잉크젯 프린트_110×156cm_2007
바람과 천 그리고 색과 공간이 만드는 수많은 허공의 형상들은 첫 눈에 어디서 많이 본 우리 고유의 것들
말하자면 하얀 소복, 색동저고리, 솜이불, 댕기 등 사라져 가는 우리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작가는 허공에 굽이치는 형상들은 한국의 전통 춤인 승무에서 하늘을 향해 순간적으로 길게 솟구치는
장삼자락에서 연유되었다고 말한다. 장심자락의 미묘한 순간포착, 그것은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또 다른 뉘앙스를 암시하는 결정적 찰라-순간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로서 색동과 황토 그리고 단청의 오방색은 더욱 더 설명할 수 없는 우리 고유의 한(恨)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이러한 형상들은 단순히 승무의 춤사위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형상들은 관객의 모든 상상력을 무력화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단번에 상징적으로 “한국의 전통”이라는 모호한 관념 이외 그 어떤 구체적인 것도 지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초저녁 어색한 인공조명으로 희끄무레한 하늘에 솟구친 야광 천들은 갑자기 보는 이로 하여금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 하면서 전혀 예견치 못한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가져다준다. (이경률의 작품평 중에서...)
대상과 색 그리고 천의 형상이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하나의 이미지가 재현되는 것이다. 이 때 바람의 방향 그리고 본인의 연출 행위, 푸른 하늘을 향해 천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통해서 한국의 미가 지닌 아름다움이 창조되는 것이다. 작품에 재현된 바람의 의미는 한 지역에 존재했던 바람의 한 형태이며, 이 바람의 형태가 곧바로 배경과 어우러진 한국 자연의 멋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또한 본인의 사진에서 화면 구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왜냐하면 바람에 의해 색을 지닌 천의 형상이 대상과 조화를 이루려면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늘 공간에서 그것이 상징적인 ‘바람의 언어’로 탄생되기 때문이다. 색을 지닌 천의 선택은 일반론적인 측면에서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에 기인한 색채가 지닌 상징성을 바탕으로 결정되었다. 결국 사진기의 파인더에 잡힌 자연, 색을 지닌 천 그리고 바람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가 지닌 상징성을 ‘바람의 언어’로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이 사진들은 포스트모더니즘 관점에서 연출이 가미된 또 다른 의미의 ‘결정적인 순간’에 의해 재현된 한국의 멋이며, 한국의 미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마플's : 이경률이 어떤 평론가인지 주로 어떤 작품을 주로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쪽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가 전업평론가인지 그렇지 않은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단청의 오방색은 더욱 더 설명할 수 없는 우리 고유의 한(恨)을 암시하고 있다>는 말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한국적인 미=한'이라는 도식적인 설명에서 조금도 벗어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방색을 '고유'의 '한'에 붙이는 것은 좀 너무했다 싶다.
우리 조상들은 동서남북과 중앙, 즉 다섯방위에 의미가 부여된 색을 배정하고, 오상(五常 ; 인의예지신) 뿐 아니라 다섯 가지 음, 다섯 가지의 맛 등등을 배정하였다. 물론 이것은 오행사상과 연결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사상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것을 관념에서만 그치지 않고 한양이라는 도시를 설계할 때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일단 색과 오상으로 한정지어 이야기해보면,
동쪽은 오행 중 木(오상은 仁)에 해당하고 색으로는 청색,
서쪽은 오행 중 金(오상; 義)에 해당하고 색으로는 흰색,
남쪽은 오행 중 火(오상;禮)에 해당하고 색으로는 붉은 색,
북쪽은 오행 중 水(오상; 智)에 해당하고 색으로는 검은색,
중앙은 오행 중 土(오상; 信)에 해당하고 색으로는 황색을 배정하였다.
남쪽의 큰대문 이름이 숭례문, 동쪽의 큰대문 이름은 흥인지문인 것은 다 이런 사상과 연관이 된다.
그래서 작가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에 기인한 색채가 지닌 상징성을 바탕으로 결정되었다>고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