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아버지 생신에

MissJaneMarple 2009. 5. 4. 02:49

 

돌아가신 후 처음 생신은 해드리는거라고 한다.

평소에는 양력으로 지냈으나 이젠 제사처럼 음력으로 해야 한다는 엄니 말씀에 따라

아버지 생신 준비를 했었다. 절에서 할까도 생각했었지만 아버지를 뵙고 싶었던

우리들은 산소에 가기로 했다.

 

아버지 음택陰宅이 있는 곳이다.

 

아버지 산소에는 아직 상석과 비碑가 없다.

서둘지 말자는 의견에 따라 천천히 준비하려고 한다.

어떤 말을 새길지....

아버지 핸드폰에 있던 <늘 깨어있으라>는 말은 넣으려고 한다.

 

그 사이 아버지께 다녀오면서 "아버지! 날 좋은 때 소풍처럼 아버지를 뵈러 올게요"했었다.

우리들은 제를 올리고 마련한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 조카는 산소에 오자마자 절을 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아버지께서 기특해 하셨을 것이다.

 

잡초를 뽑고 흙을 다독이고 아버지께 인사를 한 후, 짐을 챙겼다.

하지만 어머니를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셨다.

 

전날 생신 준비를 하면서 어머니는 "살아있을 때는 집에서 생일상 차려주지도 못하고

밖에서 먹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준비를 한다"면서 눈물보이셨다.

요새는 누구나 그렇게 한다고 위로해드렸지만, 어머니 생신상을 차려드린지 몇 년이 지났는지....

늘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것이 자식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