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

종이로 만든 화투

MissJaneMarple 2011. 2. 12. 23:30

 

 

화투花鬪는 글자 그대로 꽃으로 다투는 놀이이다. 일 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12종류의 그림이 각각 4장씩 모두 48장으로 구성된 놀이용 딱지이다. 그림의 주제는 정월은 송학, 2월은 매화, 3월은 벚꽃, 4월은 흑싸리, 5월은 난초, 6월은 모란, 7월은 홍싸리, 8월은 공산명월, 9월은 국화, 10월은 단풍, 11월은 오동, 12월은 비[雨]를 의미한다.

화투의 그림과 내용이 울긋불긋한 일본풍인 이유는 화투가 일본의 놀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처음 전래된 경위는 모르지만 일본 전통 카드 게임인 花札(하나후다)가 흘러 들어와, 조금씩 변해오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 호에 소개한 자료는 종이로 만든 화투이다. 경쾌한 패 소리가 나는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의 화투가 유행하기 전에 즐겼던 것이다. 종이 상자에는 활 모양 상표와 상호, 가짜주의 안내문, 제조사 부국양행富國洋行과 서울시 서대문구 송월동 71의 2라는 공장 주소 등이 인쇄되어 있다. 화투 공장이 있던 송월동은 현재 종로구에 속하는데, 1946년 서대문구 송월동이 되었다가 1975년 구 관할구역이 변경되면서 서대문구에서 종로구로 되었다. 즉, 지금은 다가구 주택이 복잡한 송월동 골목 어딘가에서 1946년부터 1975년 사이의 기간에 만든 종이 화투이다.

달갑지 않은 일본 왜색 문화라고는 하지만, 설에 화투가 빠지면 무슨 재미냐 할 정도로 국민 오락이 되어버린 화투. 온 국민이 사시사철 장소를 불문하고 흔히 즐기는 놀이 문화로 뿌리내린 화투. 바람직한 미풍양속은 아니지만, 이미 생활 속에 토착화된 화투. 이제는 화투가 도박 풍습이 아닌 건전한 놀이 문화로 새롭게 자리 잡을 때가 되었다. (글: 이애령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원)

 

출처: [민속소식], 국립민속박물관, 2011년 2월, vol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