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

고종, 아관파천, 커피

MissJaneMarple 2014. 3. 13. 00:59

 

1896년 2월 11일은 명성황후가 일본 사무라이들에게 시해당한 뒤 고종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한 날입니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은 힘이 약한 조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고종은 아관파천을 통해 친일파를 숙청하고 일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는 일시적으로 성공했지만 많은 이권을 러시아에게 넘겨줘야만 했습니다.


고종은 러시아 공관에서 많은 서양 문물을 접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커피입니다.

러시아 공사 위베르는 처형(妻兄)인 프랑스계 독일인 손탁에게 고종의 커피 시중을 들게 했습니다. 고종은 원두커피의 향에 매료돼 덕수궁으로 환궁한 뒤에도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고종은 커피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도 했습니다. 아관파천 때 통역관으로 있으며 각종 이권을 러시아에 넘긴 김흥륙이 궁중 요리사 김종화를 시켜 고종을 독살하려 다량의 아편을 커피에 넣은 것입니다. 그러나 고종은 한 모금 마신 뒤 맛이 이상하다며 잔을 떨쳤고, 맛을 모르고 마신 세자와 대신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암살 기도가 들통났습니다.


민간에서는 손탁이 세운 손탁호텔에서 커피를 처음으로 팔았습니다. 일제시대에는 아시는 바와 같이 다방이 당시 내로라하는 지식인의 사랑방 역할을 했죠. 한국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커피가 유출되면서 커피가 대중에게 확산되기 시작했고요. 한때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탄 ‘모닝커피’가 유행한 적도 있습니다.

1
980년대 초에는 다방과 교회 가운데 어느 것이 많은지, 다방 이름 중에는 무엇이 가장 많은지 조사해 언론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교회가 '그 많던 다방'보다 많다고 해서 화제가 됐고 다방 중에는 《약속다방》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때 커피의 해악에 대한 논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요즘에는 커피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지금까지 하루 두 잔 이하로 마시면 심장혈관질환, 당뇨병, 대장암, 간경변증, 담췌장 질환, 파킨슨병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최근 논문 중에는 임신부가 하루 두 잔 이하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산과 무관하며 커피가 눈꺼풀떨림증을 방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운동 전 커피 한 잔이 지구력을 증가시킨다는 논문도 발표됐죠.

 

커피도 사람에 따라, 마시는 방법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하루 1, 2잔 정도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은 듯 합니다. 특히 직장인이 오후 3시경 커피 한 잔을 마시고 10분 정도 산책을 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페인 과민증이 있다면 하루 한 잔도 해롭겠죠? 특히 크림과 설탕을 듬뿍 탄 ‘다방 커피’는 열량이 많아 뱃속 비만의 원인이 됩니다.

 

출처 : 의학전문 컬럼니스트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221호 (2008-02-11일자)


* 아관俄館 : 조선 말기에 있었던 러시아 공사관을 이르던 말.

* 파천播遷 : 예전에, 임금이 도성을 떠나 난리를 피하는 일을 이르던 말.

* 손탁, 손탁호텔 :

http://cafe.daum.net/sm-academy/otKZ/3?q=%BC%D5%C5%B9&re=1

http://cafe.daum.net/distorted/8o8X/46?q=%BC%D5%C5%B9&r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