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도무지 수습이 안 되는 영화
그 남자의 이름은 오.대.수.
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이름은 "오늘만 대충 수습하면서 살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남자다.
술 취해서 난리를 치고, 술 취했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실례를 하려 하고(그게 비록 경찰서 휴지통이라고 해도),
딸아이의 생일 선물로 하얀 천사 날개를 준비하는.....
삶에 지치지만 한잔 술로 잊고 사는 그런 남자다.
그러나 낯선 공간에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감금당한다.
누가?
왜?
그가 절규한다.
"사람이 알고나 갇혀 있어야지....!"
언제까지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숨막히는 공간 안에 쌓인다.
개미가 피부를 뚫고 나오는 환상에 시달리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
몇 권의 노트에 가득 그는 반성(?)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그렇게 15년이 지난 어느날, 감금 당했을 때처럼 갑자기 풀려난다.
왜?
오대수를 풀어준 이우진이 묻는다.
"더 큰 감옥에서 자유로운가?"
"잘 생각해봐. 인생을 통째로 복습하는거야."
비록 과거에 잘못한 일을 적은 노트가 몇 권씩 되더라도 그 내용이 심각한 범죄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은 무엇이고 누구인가?
오대수는 말한다.
"오늘은 도무지 수습이 안 되네."
세 치 혀가 만든 수습되지 않는 삶.
이우진의 죄의식이 만들어낸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 한 마디의 말이
누군가의 가슴에 화농을 만들고 누군가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심지어 그 사람이 자살하게 몰아가기도 하고
그래서 나의 삶도 끝간 곳 없이 추락하는......
'올드보이'에는 오대수가 장도리를 들고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싸움에서 얻어 터지고, 등에 칼까지 꽂힌 상태다.
피범벅이 된 그는 햇살이 환한 거리에 나오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그때 느낀 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아.....영화에 대한 생각이 수습 안 되네.
끈적한 타르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누구냐? 넌"
올드보이가 잘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장면장면 긴장감도 엄청 나고, 최민식의 연기도 끝내주고.....
그런데 좋은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의식을 없애고자,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끊임없이 자신은 정당하다고 폭력으로 강요하는 것.......
처음에 영화를 보고나서 그 찝찝함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야 그거였구나 싶었다.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폭력이 참으로 불편했다는 것.....
모르고 저지른 잘못(?)을, 알고 저지른 죄(?)가 그토록 폭력적이고 일방적으로 단죄할 수 있을까?
말이 꼬인다. 아...또 수습이 안 된다.
올드보이 OST - The Last Waltz(미도 테마 )
2004·05·07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