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양 - 태극 1
태극 太極 : 혼동. 근원. 하늘. 우주. 공존. 부귀. 명당
아이들의 가위바위보 놀이와 같이, 서로를 쫓으며 끊임없이 도는 태극 도형은 우주가 음양의 대극 원리로 갈리며 만물을 생성해 나가는 원초적인 상태를 표상한다. 이는 모든 창조신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천지가 개벽하여 혼돈과 무정형의 상태가 하늘과 땅으로 나누어지는 상황을 상징하는 것이다. 우주란(宇宙卵)이라는 신화적 상황으로 표현되는 것이 이것이다.
이러한 신화적 사고가 도가의 철학적 관념으로 발전하여, 태극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궁극적 실재로서 음양의 대립과 순환을 통해 만물의 생성을 지속해가는 하나의 원리가 되었다. 마치 하늘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칠 때 강마다 둥근 달이 존재하는 것처럼, 만물이 하나의 태극에서 나왔고 동시에 만물 하나하나 속에 태극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비록 성리학의 우주론을 표상하고 있고, 지금은 국기를 통해 한민족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굳어졌지만, 사실상 태극 형태는 어느 특정 민족이나 종교에 국한되지 않은 매우 보편적인 상징체계이다. 아른하임(Arnheim, R.)은 심지어 태극이 기독교나 맑스의 변증법을 표상하는 마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일단 발화를 시작한 태극은 사상(四象), 즉 노양(老陽), 노음(老陰), 소양(小陽), 소음(小陰)으로 나누어지며, 다시 사상은 팔괘(八卦)로, 팔괘는 육십사괘(六十四掛)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며 만물을 관장하는 기운을 이룬다.
또한 무극이 태극(無極以太極)이므로, 모든 원은 곧 태극이 된다. 청동기시대의 거울이나, 고인돌, 암각화에 새겨진 원은 그 자체가 태양이고 하늘이고 우주이며, 태극이기도 하다.
나전 이층농 장식 / 20세기초 / 이화여대 박물관 소장
우주란(宇宙卵)이라는 신화적 상황 :
천지가 아직 분리되지 않았을 무렵, 우주의 형상은 거대한 계란과 같았는데, 중국인들의 조상 반고는 이 거대한 계란 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계란 속에서 무려 1만 8천년 동안 잠에 빠져 있다가 깨어나 도끼로 혼돈의 세계를 힘껏 내리쳤다. 그리하여 계란 속에 있던 맑고 가벼운 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으며, 나머지 무겁고 탁한 것들은 가라앉으면서 땅이 되었다. 이 ‘우주적 달걀(cosmic egg)’의 이야기는 전세계에 수많은 판본이 있는데, 힌두교의 성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그에 의하면 갈라진 알껍질 중 하나는 은이 되고 하나는 금이 되었다. 은이 된 알껍질은 땅이고, 금이 된 알껍질은 하늘이다. 바깥의 막이었던 것은 산이고, 안의 막이었던 것은 구름이고 안개다. 핏줄이었던 것은 강이며 그 안의 액체는 곧 바다가 되었다.
우주적인 알의 껍질은 공간에 서 있는 세계의 뼈대요, 그 안에 품고 있는 풍요한 생식력은 자연계의 역동성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