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해
박병해 :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0년 터키, 네팔 그리고 중국 등 사진과 함께하는 마실 여행을 시작했다.
2005년 인사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 '마실-삶과의 행복한 조우'로 사진의 시적인 감수성을 인정받고
2006년 대구 사진 비엔날레 화랑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열두 나라를 넘어선 그의 사람냄새 가득한 마실 여행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돌아오기 위한 길 떠남
소년은 일요일이 좋았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영화관에 들를 수 있는 행복한 오후가 기다리곤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삶에 지친 어머니의 유일한 낙이었고, 덕분에 막내였던 소년에게는 어머니와의 동행이 특권처럼 주어지곤 했다. 영화는 그의 인생에서 첫 마실이었다. 중년이 된 그는 이제 더 이상 주말마다 극장에 가지 않는다. 대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영화보다 진솔한 사진을 찍는다.
사실 그에게 마실은 떠남이 아니라 돌아옴이다. 그는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문득 떠났다가, 위로와 추억을 안고 다시 돌아온다. 마치 낯선 이방인으로부터 ‘우리도 버티고 견뎌내는 것처럼 당신도 자신의 삶을 지켜 달라’는 부탁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그에게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이들은 고단한 현실을 견디고 있다는 점에서 삶의 스승이자 벗이고, 감사와 존경의 대상이다.
그래서 카메라 속 시선은 늘 따뜻하고 겸손하다. 그것은 삶의 한켠을 기꺼이 내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서의 기록이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떠났다 홀가분해져서 돌아오지만, 그때마다 그가 마주했던 세상은 한없이 넓어져 있다. 그 세상에 대한 기억에 힘입어 그는 다시 자신의 삶을 추스르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다시 떠날 때조차도 그는 본능처럼 언제나 화려한 곳보다는 소박하고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리고는 다시 그곳의 환경만큼이나 순박한 삶의 모습을 담아 오곤 한다. 신기하게도 그 모습이 늘 진솔하고 소탈한 그와 닮아 있다. / 글 송수정 (사진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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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사진들은 지난해 12월에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박병해 개인전 : 마실 꿈길 인연>에
전시된 작품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