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해군 장교 주베는 강화도 점령 후 조선인들의 가정을 방문하고서 이런 인상기를 남겼다.
"각 가정은 빛깔이 매혹적이고 각종 음향을 내는 다량의 놋그릇을 갖고 있다. 아주 가난해보이는 초가에서도 놋그릇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중 상당히 큰 그릇은 식사 때마다 사용되는 주발이었다."
또 그는 처음으로 목격한 한국 김치에 대해서도, "마당에는 여러 종류의 저장 식품을 채운 큰 도기 항아리가 놓여 있는데, 그 속에서 발효를 시작한 배추와 무를 볼 수 있었다. 물에 익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조선인에게 발효식품인 매운 김치는 아주 어울리는 반찬"이라고 하였다.
위 그림은 프랑스 화가, 드 라네지에르의 저서 {극동의 이미지}에 [조선 여인들의 식사]라는 제목으로 실린 그림이다. 드 라네지에르는 1902년 시베리아, 중국, 한국, 일본 들을 차례로 여행하면서 각국의 풍물들을 스케치했는데 이 그림도 그 중 하나이다.
100여 년 전 서양인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언급한 기록은 다수 발견되나 이처럼 가정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담긴 서양 삽화는 매우 희귀하다. 근대화를 상징하는 안경을 끼고 아들을 낳은 표식으로 젖가슴을 내놓고 식사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특징있게 묘사했다. 이 여인들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던 저자는 그들의 식탁 위에 쌀밥이 넘치도록 수북하게 담겨 있는 주발을 유난히 크게 묘사했으며, 김치로 보이는 반찬은 붉은 색으로 채색했다. 간소하면서도 궁색해 보이지 않는 상차림이다.
작가는 조선 사회에서 여자들이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던 장옷 차림의 여인들의 모습을 그림 상단에 배치함으로써 여인들만의 식사 장면을 목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대비해 보여주고 있다.
* 글과 그림은 모두 - {푸른 눈에 비친 하얀 조선/ 백성현, 이한우} -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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