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싸구려 지지배

MissJaneMarple 2007. 3. 5. 21:23

 

화장실도 깨끗하게 닦아주고, 그 사이 쓰던 모래와 다른, 새로운 종류의 모래를 깔아주었더니
볼 일은 보지 않고 그 속에서 신나게 노는 바람에 온통 모래 알갱이가 튀어서
시종 둘(동생과 나)이 열심히 청소를 해야 했던 일이 있었다.
그래도 그 때 행복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둘 마음도 좋았었다.

이번에 큰 마음 먹고 물에 잘 풀리고 고양이 건강에도 좋다는 모래를 구입했다.
어제 주문한 모래가 와서 깔아주었는데 행복이가 냄새만 맡고 들어가지 않는 사태 발생.
그래도 쌀 때(?) 되면 들어가겠지 했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서 온갖 이상한 짓(허공에다 모래 긁는 행동하기,
화장실 용기 긁기, 옥수수 성분인 모래 먹고 재채기 하기 등등)을 했지만
정작 볼 일은 보질 못했다.
그렇게 안절부절하는 녀석을 보다 못해서 결국 전에 쓰던 모래 남겨둔 것을
상자에 넣어서 주었더니 쏜살같이 들어가서 큰 것과 작은 것을 다 해결했다.

"야, 이 넘아. 오늘 온 모래는 비싼거란말야."
내가 투덜거리거나 말거나 행복이는 몸도 가벼워지고(?) 시원했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커튼에 매달리고....

퇴근한 동생에게 그 얘기를 하면서 같이 모래 비율을 조정하고 난 후
동생이 행복이를 보며 말했다.
"그래, 우리 잘못이다. 언제 비싼 걸 경험해봤어야지.
널 싸구려 지지배로 만든 우리를 탓해야지, 뭐. 에휴~~~"

 

 

 

2005·08·1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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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 대한 반응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날지 저도 몰랐어요.
위에서 쓴 것처럼 어떤 모래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그 위에서 뒹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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