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

한국의 전통문양 - 박쥐

MissJaneMarple 2007. 3. 19. 20:52

박쥐 : 행복. 다산. 축귀. 야행. 변절. 기회주의. 직녀성의 사자. 여성(중국). 
         신의 사자(일본). 죽음.공포.악마(서양)

 


             

 

 

 

그 뒤 기린을 축하하는 잔치가 벌어져 네발 짐승들이 다 모였으나 박쥐만이 또 오지 않았다.

기린이 박쥐를 불러 꾸짖었다.

그러자 박쥐는 “나는 이렇게 날개가 있는데 네발 짐승들의 잔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냐?”고 하며

날개를 펼쳐 보였다.  - 「순오지」 [박쥐구실설화] 중에서

생김새도 흉할 뿐 아니라 밤에만 다니는 음침한 성격의 박쥐가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지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그 이유를 가만히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바로 박쥐의 한자어인 편복의 복자와 행복을 나타내는 복(福)자의 유사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언어적인 이유만 아니었다면 서양과 마찬가지로 죽음이나 악마를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박쥐의 생식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정받는 바여서 서양에서도 탄생과 성장을 보호하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그림에는 늘 박쥐가 그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베갯모에 박쥐문양을 많이 새겨 넣었는데 이는 다산(多産), 혹은 득남(得男)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천문지」에 의하면 박쥐는 직녀성의 대리자로 묘사되고 있다. 직녀는 잘 알려져 있듯 베 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여인이다. 베를 짜고 그것으로 옷을 만드는 등 집안 살림을 상징하는 직녀의 대리자라는 것은 즉, 집안의 행복을 박쥐가 책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밖에 박쥐는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갈홍의 「포박자」에는 “박쥐가 천년을 살면 흰 색으로 변하는데 나무에 꺼꾸로 매달린 흰 박쥐를 먹으면 장생한다”고 이르고 있다.**

하지만 역시 ‘박쥐’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전세계에 걸쳐 퍼져 있는 동물우화 때문일 것이다. 박쥐의 생태를 빗대어 말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구전 및 문헌으로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위에 나오는 홍만종의 「순오지」에는 ‘박쥐구실’이라는 속담을 풀이하는 형식으로 실려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박쥐가 자기 편한대로 요리조리 변명을 하며 봉황과 기린의 잔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야기에 따라 그 결과 박쥐가 각 편의 미움을 받아 동굴에만 숨어 밤에만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결말이 첨가되어 있기도 하다.

 

박쥐 문양은 주로 두 마리나 다섯 마리가 새겨져 쌍복(雙福)과 오복(五福)을 상징하며 여자들이 지니고 다니는 노리개에 쓰일 때에는 한 마리(單作)나 세 마리(三作)를 주로 사용하였다.

* 단테는 지옥에 사는 사탄은 박쥐의 날개를 가졌다고 믿었으며, 특히 박쥐의 배설물은 마녀들이 쓰는 약에 단골로 등장한다. 심지어 처녀의 머리카락이 박쥐와 닿으면 일생을 독신으로 지낸다는 끔찍한 미신도 있다.
** 사슴은 오백년만 살아도 흰색이 된다고 나와 있다(鹿壽千歲 滿五百歲則其色白)

장침마구리 박쥐문. 조선시대. 궁중유물전시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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