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색이란 한 지역에서 역사성을 갖고 발달해온 색을 말한다. 색의 지각발전 과정 중 문화적 영향과 매너리즘 단계가 바로 지역색이며 전통색을 형성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색채 환경 그리고 인간의 반응」, 프랑크 h. 만케, 도서출판국제, 1997
색채는 다른 어떤 시각적 요소보다 전달력이 강하고 지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전통색은 그 지역의 특성 및 사람들의 성격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 된다. 또한 전통색을 연구하는 것은 기호학에서 말하는 능기와 소기를 모두 연구하는 결과이므로 문화를 완전히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즉, 현상으로 드러난 색 자체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색이 나타난 사회적, 역사적 맥락도 함께 파악하는 것이다.
전통색을 논할 때 거론되는 또 하나의 문제로 고유색과 고전색에 대한 정의가 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고유색은 한국인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즐겨 사용하고 유행에 따라 변하기도 하는, 말 그대로 한국인 고유의 색이다. 반면 고전색은 고유색의 한 요소로 일정 시대에 즐겨 사용했던 개성이 뚜렷한 색을 가리킨다. 우리가 흔히 ‘한국의 색’이라 할 때의 색은 고전색에 해당하며 주로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물 및 문헌에 나타나는 색을 지칭한다.
한국의 전통색은 모두 의미론적 색채에서 출발한다. 태극의 생성과 음양의 조화로 형성되는 오정색이 근본이 되며, 오정색의 합인 오간색이 그 뒤를 따른다. 이 과정에 관해서는 보다 상세하게 서술된 전문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여기서 정색과 간색을 합한 10가지 색은 모두 의미론적 상징색에 해당한다.
즉, 정확한 좌표나 시편이 없고 각 방위의 색이 상징하는 기운을 나타내는 것이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동방의 청색은 쪽의 염색 농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으로 구현되며, 단청의 삼청과 같이 광물 안료를 사용하면 또 다른 색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색들이 모두 동쪽의 기운을 상징하는 청색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색은 음양오행의 조화를 중시하는 의미론적인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색의 상징성과 의미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배색으로 들어가면 전체의 조화와 톤의 배열은 더욱 중요해진다. 하나의 좌표를 고집하거나 무리하게 물리적인 좌표를 정량적으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민간예술품의 하나로 평가받는 전통 조각보 역시 조화로운 색의 배열로 이루어진 것으로 여기에서 색채의 배열과 그에 따른 조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 전통색은 오정색과 오간색의 구성에 따라 적색계, 황색계, 자색계, 청록색계, 무색계의 다섯 개로 구분할 수 있다. 청록색계가 두 개의 색으로 구성된 이유는 청색계와 녹색계 모두 봄과 생동하는 기운을 상징함은 물론 구성 및 의미에서 서로 상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담(淡), 연(軟), 명(明)과 같이 색의 느낌을 설명하는 서술어는 9개로 이는 국제적인 분류에도 적합한 구성이다. 색상의 계열은 5개의 구성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9개의 서술어와 만나 보다 풍부한 색으로 분화해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청색이라도 앞에 붙는 서술어에 따라 담청색, 진청색, 흑청색 등 다양한 색으로 묘사된다.
일상 생활과 관련된 색채는 주로 의복이나 소품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생활 주변에서 자라는 풀이나 과실, 나뭇잎 등 거의 모든 식물에서 손쉽게 염색 재료를 얻어왔다. 현재 전통 천연 염료로 사용 가능하다고 알려진 목초는 무려 400여 종에 달한다. 그러나 그 하나 하나의 분포지역과 기후조건은 매우 복잡하고 방대해서 좀처럼 사용하기 힘든 것이 있는 반면 양파 껍질과 같이 식생활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도 있다. 이중 쪽(藍), 홍화(紅花), 오배자(五倍子), 치자(梔子), 자초(紫草), 소방(蘇芳) 등은 현재에도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염색 재료들이다.
글_문은배, 색채디자인연구소장, 중앙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한국의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개량 온돌’의 발명자는 누구일까? (0) | 2007.04.01 |
---|---|
자물쇠 3 (0) | 2007.04.01 |
해인사 흙담 (0) | 2007.03.30 |
한국의 색을 궁宮에서 찾다 (0) | 2007.03.30 |
탈모양 클립아트 (0) | 2007.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