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는 집에 도착한 몇 시간 후에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연두네가 둘째를 원하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서 파랑이 이야기를 했더니
선뜻 데려가시겠다고 했거든요.
좋은 분들이라서 마음 놓고 보냈습니다.
파랑이라면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사랑받으면서 지낼 수 있을거라는 믿음도 있었구요.
그런데...
연두가 파랑이를 격렬하게 거부했습니다.
그 거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해서 연두가 물, 사료도 먹지 않고
잠도 앉아서 잠깐 눈을 붙이는 형편이라서 결국 병원에 갈 정도였으니까요.
걱정하시는 연두 엄마에게 염치없지만 며칠만 더 두고 봐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연두는 점점 몸이 약해지고...
연두의 건강을 생각하면 좀더 빨리 결단을 내려야 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 됩니다.
파랑이를 다시 데려와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다고 파랑이를 누구든지, 아무에게나 보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고양이 4마리와 살아보자. 전에도 살았는데, 뭐.
파랑이는 늘 제 가슴 한편을 아프게 하는 아이입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동생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좀 많이 울었지요.
그 동생은 전에 파랑이를 처음으로 분양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파랑이를 다시 데려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동생집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그 사이 아이들도 좀 컸고, 자기가 환기도 잘 시키고
파랑이도 잘 보살피겠다고 자기집으로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연두 엄마와 아빠가 연두네 집에서부터 먼 곳까지 파랑이를 데리고 와 주셨습니다.
동생집에 도착한 파랑이는 처음엔 침대 밑에 숨어서 나오지 않더니
조금 지나니까 원래의 당당함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전화를 해보니 큰 조카는 눈이 퉁퉁 부었고 작은 조카는 재채기와 콧물이... ㅡㅡ;;
안 되는 일을 했구나 싶었는데 동생은 파랑이를 보낼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파랑이는 아주 잘 있습니다.
기니피그가 물 먹는 모습을 뚫어져라 보기도 하고 기니피그와 코를 맞대고 냄새를 맡기도 하면서..
또 동생을 졸졸 따라다니며 부비부비를 합니다.
연두는 이제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행복이의 까칠함과 예민함의 5배에서 10배 정도 되는 연두는 발정이 오는 것을
참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연두야!
이젠 강한 포스의 파랑이도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도 빨리 평소의 컨디션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어제 전화할 때 동생이 그러더군요. 파랑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파랑이가 모니터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있어서 조카가 고개를 이리저리 꼬면서
숙제를 하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어느 집 고양이나 모니터 요원(?)이 되는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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