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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12> 환경이 우리의 미래다

MissJaneMarple 2008. 12. 9. 03:23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12> 환경이 우리의 미래다

 

 


무한도전, 환경 문제를 다루다

 


오락 프로그램에서조차 사회적 공익성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의 독특한 분위기 탓에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일은 방송의 단골 아이템으로 사용되어 왔다. 독거노인이나 고아들 혹은 극빈자 계층과 같은 불우이웃들을 돕는다거나 위문공연을 통한 군사기 진작과 같은 상투적 소재에서부터 최근에서 국외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 환수문제나 환경보호와 같은 시사적인 문제로까지 그 범위는 점차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연말연시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치루어지는 방송의 호들갑스러운 생색내기가 정말 진의성을 지닌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제외하고라도, '오락성'과 '공익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다 잡은 경우가 몇몇 프로그램들을 제외하고는 드물었다는 사실은 이 두 가치들을 프로그램 내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반증한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지구특공대 II 식목일 특사>편은 '자연보호'란 주제를 다루면서도 환경에 대한 폭넓은 시선과 '오락성'과 '공익성'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왜 쿠부치 사막인가?

 


중국 네이멍구의 쿠부치 사막은 우리나라로 날라오는 황사의 40% 가량의 발원지로 알려진 곳이다. 유재석의 나레이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200여년 전 초원이었던 그곳은 무분별한 개간, 벌목, 방목 등으로 인해 초지가 사라지면서 매해 서울의 5배 면적 가량이 사막화되고 있는 죽음의 땅이다.

 


바로 그곳에 무한도전 팀은 "무모해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는 인식 하에 사막 녹지화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여기에는 황사 현상과 같은 자연재해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바탕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가 '지구특공대 II - 식목일 특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이다. 이미 방영된 <지구특공대> 특집 편이 국내의 시민들을 돕고자하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라면, 중국의 사막으로 날아간 '지구특공대 2'는 무한도전 지구특공대가 지켜야 할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는 동시에 무감각해져 버린 '식목일'의 의미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방문한 쿠부치 사막은 이미 국내의 기업들과 민간단체들이 중국 정부와 협정을 맺어 ‘한중 우호 녹색장성(綠色長城)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서, 2010년까지 사막의 동쪽 끝 부분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길이 28㎞, 폭 3~8㎞, 면적 3,587㏊의 방풍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시황이 북방의 유목민족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건설했다면, 전세계인들이 모여 건설하고 있는 녹색장성은 지구 온난화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사막화를 막기 위한 녹색 방어벽인 셈이다.

 


이처럼 환경 문제는 한 국가만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인류 공동의 문제로서, 무한도전의 중국 방문은 환경 외교를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에 부합할 뿐더러 한중 협력 정신을 진작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다. 6,70년대 식의 경기 부양책인 대운하 건설을 두고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고 수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엉터리 주장만 내세우는 정부의 저급한 환경 인식 수준에 비교해볼 때 무한도전은 환경 문제에 대해 한층 차원 높은 수준의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황사로 인한 경제적 비용면에서도 중국의 녹색화 사업 지원은 저비용 고효율의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다. 황사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나 레저 활동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이 수백 억원 대의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듯이 사막에 심은 한 그루의 장자송이나 사류나무(사막버들)는 적은 비용의 투자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가꿀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환경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다

 


<존 라이드 영국 국방장관은 최근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어 20~30년 안에 물을 둘러싼 폭력적이고 정치적인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지구온난화로 말미암은 물 분쟁을 테러·인구·에너지 문제와 함께 지구가 당면한 최대 과제”라며 “물 분쟁이 영국군에 끼칠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물위원회위원장인 이스마엘 세라젤딘은 “21세기의 전쟁은 물로 인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또 캐나다 환경 단체인 ‘캐나다 시민회의’는 지난해 12월 “산유국이 카르텔을 형성해 석유자원을 무기화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물 이 풍부한 국가들이 물을 무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의 세계 수자원개발 보고서는 “지구의 1인당 담수 공급량은 앞으로 20년 안에 3분의 1로 줄고, 2050년까지 세계 인구가 93억 명으로 증가해 이 가운데 적게는 48개국 20억 명, 많게는 60개국 7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권대익 기자, '석유보다 귀한 물' 목타는 지구… 물전쟁 시대 온다, 06/06/19)

 


실제로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는 물이 석유보다도 더 귀중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상당수의 국가들이 물 자원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국가별 1인당 연간 재생 가능 수자원량 조사에서 1인당 1491㎥의 물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 짐바브웨와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이어 세계 180개국 가운데 146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문성일 기자, 우리도 물부족國, 지속가능한 관리 추진, 06/03/22)

 


문제는 수자원 부족에 대한 경고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있어 왔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의 위험성에 대한 여론적 관심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TEO PD가 멤버들에게 물 한 병 씩만 지급한 것이나 오아시스를 찾으러 사막으로 내보낸 것 그리고 '물 쓰듯이 물 쓰는' 박명수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 점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수자원 부족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전달하는 방식은 단순히 통계의 제시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외침이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다운 극적 구성을 통해 '재미'와 '의미'를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타고난 악당'인 박명수가 끊임없이 다른 멤버들의 물을 빼돌리며 '묵묵히 성실하게 나쁜 짓'을 하는 모습이나 '수자원 무기화'를 통해 멤버들을 위협하는 모습은 물 부족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에 대한 일종의 우화라 할 수 있다. 그가 '먹을 물도 없는 마당에 초화화 사치 양치'를 하고 '사치의 끝'인 '칫솔 헹구기까지'하는 탐욕스러운 모습이나 남은 생수를 최고급 포도주인 양 다시 '생수셀러'인 모래밭에 파묻는 모습은 재미있지만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장면들이다.

 


흔히 오락 프로그램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진지한 의미'와 '재미'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까닭은 주제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이 양자를 기계적으로 결합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박명수라는 캐릭터가 펼치는 상황극을 통해 '물의 소중함'이라는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 박명수의 행동을 범죄에 빗대어 '속설의 증명 : 범인은 반드시 범행장소에 돌아온다'로 표현하거나 '놈을 잡은 건 경찰도 검찰도 아니었다'와 '아버님 전자팔찌 하나 해 드려야겠어요'와 같은 영화 홍보문과 광고의 패러디, '아침에 먹다 남은 비자水', '생수 특검 출동'과 같은 시사 문제의 암시 등을 통하여 기본 의미를 보다 풍부하게 다맥락화 함으로써 시청의 즐거움을 동시에 주고 있다.

 


그런데 극적 구성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이러한 방식은 이미 <인도 특집>에서 시도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이 인도에서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지루한 나열을 통해 실패를 했다면, 중국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서사구조과 명확한 주제를 선택해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공익성'과 '재미'를 결합시키고 싶어하는 다른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재미있는 교훈극' 방식을 참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연자들을 고생시키는 경쟁의 장이 되어버린 리얼 버라이어티 쇼

 


무한도전 멤버들이 탄 지프 차량이 목적지인 쿠부치 사막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마치 새로운 모험을 찾아떠나는 탐험인 것처럼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테마곡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것은 환경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짓눌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다짐이었던 것 같다.

 

 

유재석의 나레이션으로 쿠부치 사막이 생성된 원인이나 녹색화 운동이 지닌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간 방식도 꽤나 효과적이었고, 선택한 주제에 걸맞게 휴대용 가스레인지 대신 설치하는 데만 40여 분이 소요되는 태양열 조리기를 가져간 것도 눈 여겨 볼 만한 소재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또한 나침반만 가지고 오아시스 찾기 게임을 벌여 사막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 역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효과적인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을 떠나서 중국 바우토우에 도착한 뒤 쿠부치 사막에 이르는 이동 과정을 과감히 생략해서 '슬로우 스타터'로서 무한도전의 고질병을 고치고 속도감을 높인 점은 높이 살 만하다. 2박 3일이라는 긴 촬영일정에 비해 단 1회 분량의 에피소드로 편집되어 방송된 것은 아쉽지만 효과적인 주제의 전달을 위해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게스트로 출연한 박현민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박현빈이 잠깐 동안의 식목 작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굳이 그 새벽에 무한도전 촬영장을 방문할 필요가 있었을까? 박현빈이 신문 기사를 보고 자신이 여기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말에 '스포일러 덕분에 녹화를 못 할 판이니'라는 자막을 등장시키기 위해서 그를 부른 것이라면 시간과 경비라는 측면에서 낭비였다고 생각한다. 박현빈 개인 스케줄로 인해 부득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 차라리 그가 도착하기 전에 촬영 취소를 시켜 스포일러를 흘리는 언론을 역으로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주위의 땔감을 모아 정말 '생야생'으로 밥을 해먹는 장면이나 모래바람 때문에 텐트가 뒤집혀 버렸음에도 애벌래처럼 웅크리고 추위 속에서 잠 들어있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소위 '안습' 그 자체였다. 또한 혹시라도 모래 폭풍이 불었거나 사막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더라면 생명이 위험할 수조차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안전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무한도전이 출연진들을 '혹독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1박2일'의 등장 이후 출연자의 고통의 정도에 따라 '리얼'의 정도를 평가하려는 이상한 기준이 생겨난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러나 '리얼'의 영역은 넓고도 다양하다. 무한도전이 '스포츠 댄스' 편에서 대회를 마치고 서로를 부등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울었던 것은 그들의 도전에서 '리얼'을 느끼고 공감했기 때문이고, 정형돈과 하하의 '친해지길 바래'에서 긴장감을 느꼈던 까닭은 그들의 어색한 관계가 '리얼'했기 때문이고, 부친상을 당한 최코디의 집을 방문한 무한도전 팀에서 훈훈한 동료애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그들의 '리얼'한 인간관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리얼리티쇼'가 제대로 정착을 하려면 우선은 삶의 다양한 '리얼'한 모습들을 포착할 수 있는 연출능력이 절실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편벽된 '리얼'에 대한 관념 역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리얼'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시청하는 시청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들을 하고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by ddolappa

출처 :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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