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글읽기

동면 / 김정환

MissJaneMarple 2007. 2. 28. 13:12

너무 오래 잤어.

진실로 오래오래 누워있으면
제 자리에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이
살덩이는 천근만근 바닥에 늘어붙고
뼈는 뼈대로 땅바닥에 밀착하려고 해서
우린 아주 차가운 짐승처럼 누워 있어야 해

일어나라 일어나
봄이 왔어. 봄의 코끝에 묻는 향기가 너의 누운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소문의 바람에 네 누운 귀가 쫑끗쫑끗 거리지 않니?

둘이 누워 있어도
진실로 오래오래 누워 있으면
팔을 못 쓰게 돼 너는 오른 팔을
나는 왼팔을
(팔을 못쓰면 싸우는 데는 끝장이야)

온몸이 저려 너무 오래 잤어
일어나고 싶지 않아. 이대로 추운 땅이 되고 싶어
하잘 것 없는 들풀 따위로 눕고 싶어

일어나야지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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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던 <논어> 책 뒤에 써있던 시.
사람들에게 많이 써보냈던 시 중 하나.
김정환 시인은 요새 뭘 하는지.....
이 사람 시집을 산지도 오래되었구나.......

 

 

05·03·09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