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오감도와 학림다방

MissJaneMarple 2007. 3. 3. 12:09

 

생일을 그냥 지나쳐버려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그 친구와 대학로에서 만났어요.
대학로는 봄빛 가득하더군요.
사람들의 옷색깔이 새싹같기도 하고 개나리, 진달래같기도 했어요.

오래 전에 비싼 레스토랑이었던 오감도.
이상의 詩가 걸려 있던 찻집이기도 했던 오감도.
그곳이 이젠 두부와 고기를 파는 집으로 변했더군요.
종종 대학로를 지나가는데도 몰랐어요.

오감도에서 몇 걸음 더 걸어 학림으로 향했어요.
학림의 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스메타나, '몰다우江' 쏟아지는 學林 다방,
木계단에 오줌을 갈기거나, 지나가는 버스 세워놓고 욕지거리, 감자먹이기 등
發狂을 한다>고 했던 황지우의 '활엽수림'을 생각했지요.

 

▲ 학림다방 내부의 모습  ⓒ2002 배을선

 

정말정말 오랫만에 간 학림은 변한게 없는 듯했어요.
민속주점에서나 볼 수 있는 탁자와 이젠 변두리 다방에서나 만날 수 있는 쇼파.
하지만 너무 좋았어요.

 

▲ 학림 방명록에 남아있는 김지하의 글  ⓒ2002 배을선

 
창가에 앉아 대학로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어린 친구들의 시끄러움이 없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커피맛이 아주 좋았어요.

 

▲ 전혜린이 죽기전날 앉았던 테이블이 쓸쓸히 남아있다.
영화 <챔피언>에서 김득구가 경미와 연애했던 테이블이기도 하다  ⓒ2002 배을선

 

 

손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친구와 저는 기분 좋게 웃었어요.
추억을 마시러 온 사람들처럼 보였거든요.

오늘은 아침나절 바쁘게 뛰어다녔고, 점심 때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래도 피곤하긴 피곤하네요.

 


 2005·04·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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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동 시절의 서울대생들 뿐만 아니라 성대생들에게도 젊은 날이 기억이 묻어 있는 곳이죠.
시인들의 시에도 자주 등장하고....
천박하지 않는 고색창연함이 있는 곳입니다.
김지하의 말처럼 누군가에는 로망스가 있던 곳이기도 하겠죠.
한번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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