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이 갔다.
처음 집에 온 날부터 자기 집처럼 느긋하던 그 녀석이 갔다.
큰마왕, 작은마왕 뿐만 아니라 큰마왕의 친척들까지 그 녀석의
성격을 칭찬하고 안아주고 예뻐했었다.
그 녀석은 큰마왕 베개 위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졸기도 하고
긁어 달라고 애교도 부렸으며, 캔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일요일 밤부터 그 녀석을 데려다 줄까 어쩔까 고민하던 큰마왕.
어제 그 녀석보고 "오늘 너의 집에 데려다 줄께."라고 했다.
때가 올 줄은 알았지만....그래도 이별은 늘 갑작스럽다.
그 녀석은 가지 않겠다고 기둥을 부여잡고 울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우리의 결정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 녀석은 기둥 옆에서, 나는 창 앞에서 그저 멍하니 있었다.
그러나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때 떠나야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다음 번 만남도 추억도 아름다울 수 있다.
이 生 동안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긴 할까?
비록 만나지 못해도 아가들이 생긴다면 더 오래 기억하겠지.
그렇지 않더라도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참회하고
그 녀석은 그 녀석 집에서, 나는 여기서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마플의 방을 자기 방처럼 사용하고 있는 빈이.
기둥을 부여안고 몸부림(?)치는 빈이와 그걸 바라보는 행복이. 그리고 각자의 생각에 빠져든 두 녀석.
서로 갈 길을 가는 빈이와 행복이. 이 생에는 참회할 일이 많다고.... 엄니품에서 잠든 행복이.
빈이는 행복이 발정이 어느 정도 끝나니까, (제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가고 싶어 했어요.
정말 그 녀석이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랬어요.
자꾸 울고, 자기를 데려온 이동장 속에 들어가 있더라구요.
그런 빈이를 보면서 귀찮다고, 이젠 커서 예쁘지 않다고, 사정이 생겼다고...등등의
이유로 같이 생활하던 개와 고양이를 버리면 그 버려진 녀석들이
얼마나 주인을 찾을지 상상할 수 있었어요. 2006·02·22 01:19
'큰마왕과 행복이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이 (0) | 2007.03.19 |
---|---|
행복이 일기 15 (0) | 2007.03.19 |
빈이는 구애 중... (0) | 2007.03.19 |
행복이, 빈이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0) | 2007.03.19 |
행복이의 하악질을 바라보는 빈이의 표정 (0) | 2007.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