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것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습니다.
저 역시 그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양용이나 동양의 용이나 영어로 Dragon이라고 쓰지만 서양과 동양의 용은 다릅니다.
생김새 뿐만 아니라 상징 의미도 완전히 다른 상상의 동물입니다.
가끔 그것을 잊는 분들이 있더군요.
바로 이런 모습이 서양의 용입니다. 어떤 장면에 들어갔느냐에 따라 귀엽게 그려지기도 하고 (슈렉처럼)
공포와 악의 상징으로 나타나서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양의 용은 상서롭고 귀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임금과 관련된 용어에 龍을 붙여서 임금의 얼굴을 '용안'이라고 했고 임금의 옷을 '곤룡포'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용비어천가'라는 제목도 그래서 붙여진 것이구요.
물론 龍을 임금이 독점(?)한 것은 아닙니다. 민화에서도, 사찰의 대웅전에서도 용을 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 속의 용은 여의주를 물고 대웅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양의 용은 오조룡이 있고 사조룡, 삼조룡이 있습니다.
발가락(발톱)이 몇 개인가에 따라 이름뿐만 아니라 권위도 달라집니다.
중국의 황제는 발가락이 다섯개인 오조룡을 상징물로 사용했으며,
우리에게는 제후국이므로 발가락이 네개인 사조룡을 쓸 것을 요구했습니다.
숭례문 천정의 용 그림입니다. 발가락이 네 개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정전을 수리할 때 나온 용그림 부적을 보면 발가락이 다섯인 오조룡입니다.
조선말, 대한제국 시기까지 중국이 조선에게 사조룡을 자꾸 언급한 것을 보면
조선에서 고분고분, "네, 우리는 제후국이니까 사조룡을 쓸게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조선시대 관리들은 가슴에 흉배를 달았습니다.
문관과 무관을 구분하여 호랑이와 학이 새겼고, 왕실에선 용이나 기린, 봉황을 사용하였습니다.
왕족이 사용하는 것은 흉배라 하지 않고 보(補)라 하였는데, 왕과 왕세자는 용무늬를 수놓은
원형의 보를 가슴과 등, 그리고 양어깨에 붙였습니다. 왕과 왕비는 오조룡보,
왕세자와 세자빈은 사조룡보, 왕세손은 삼조룡보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황제용 금수오조원용보흉배'입니다.
근정전 천정의 용입니다. 이 용들은 발가락이 일곱 개입니다.
이런 경우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디워 오리지널 무비 캐릭터(http://www.dwarbooks.com/main.aspx)에서 볼 수 있는
드래곤 캐릭터들 중 일부입니다. 어떤 것은 삼조룡, 어떤 것은 사조룡입니다.
영구아트무비나 심형래 감독은 용의 이미지를 놓고 고심하면서 다양한 자료를 접했을 겁니다.
그런데 발가락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디워'에서 이무기가 용으로 변한 이후, 저는 내내 용의 발가락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별 게 다 신경 쓰인다~~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
다음에 용이 나오는 작품을 다시 하게 되거나 '디워'를 다시 찍을 때
이런 점도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그래서 심형래 감독이 이 글을 읽을 확률은 적겠지만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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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래 주소를 방문해 보세요.
흥미로운 글과 그림을 접하실 수 있을 겁니다.
* 민화와 상상력
http://link.allblog.net/3303657/http://paper.cyworld.nate.com/gimhongdo/2060481/
* 권위와 신분의 상징, 흉배
http://blog.empas.com/pp337337/12084876
* 용의 발톱
http://k.daum.net/qna/openknowledge/view.html?boardid=KL&qid=2cSHd&q=%BB%EF%C1%B6%B7%E6
* 한국 용 설화와 서양 용 설화 비교 (카테고리 '무의미한 몸부림'에 있습니다)
* 동양 용 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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