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은 피닉스처럼 상상의 神鳥이지만 그 중심을 이루는 새는 크게 다르다.
아라비아인의 피닉스는 일종의 독수리로 묘사되고 있으나,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봉황을
닭과(혹은 꿩과)에 속하는 새로 여기고 있다. 고대 국가에서 왕족의 무덤과 관 앞쪽(남향)에
그려 넣은 주작, 즉 붉은 봉황도 닭과에 속한다.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에 날개를 활짝 편 하늘새가 그려져 있는데, 하늘새 머리에 볏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닭이나 꿩이 본보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인들은 장끼 깃털을
용감하게 보이기 위한 머리 장식으로 사용했으므로 아마도 꿩일 가능성이 높다.
고구려에서 갈라져 나온 백제 역시 하늘 새를 왕의 상징 문양으로 장식했는데,
국립 부여 박물관에 소장된 봉황 문전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모양은 한층 더 세련되고 멋지다.
예술성이 뛰어난 백제 사람들에 의해 이제 하늘새(봉황)는 본격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백제시대에는 꿩보다 닭의 느낌이 더 강하게 그려졌다. 왜 그럴까?
하늘새를 세상의 모든 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로 생각하기는 고구려나 백제 모두 마찬가지다. 다만 백제인들은 거주 환경이 다름에 따라 닭을 더 높이 평가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에 거주하는 유목민들은 사냥 능력이 뛰어난 독수리를 최고의 새로 여겼고, 수렵생활을 일삼는 사람들은 산이나 들판에서 자주 보는 꿩을 높이 평가했으며,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경민들은 알을 많이 낳는 닭을 가장 좋은 새로 생각했다. 백제는 농사짓기 좋은 땅에 나라를 세웠으므로 가축인 닭을 신성한 동물의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중략)
봉황은 신성한 상상의 새이므로 그 성격이나 행동도 여러 가지로 상상했다. 어떤 이는 봉황이 오색의 깃털을 지니고, 五音의 소리를 내며, 오동나무 위에만 내려앉고, 이슬 혹은 죽순만 먹으며, 달콤한 샘물로만 갈증을 푼다고 말했다. 또 어떤 문헌에서는 봉황의 머리는 수탉으로 태양, 등은 제비로 초승달, 두 날개는 바람, 꼬리는 나무와 꽃, 다리는 땅에 각기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봉황은 살아있는 벌레를 쪼거나 해를 입히지 않고, 살아있는 풀을 밟지 않으며, 믿음을 중시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새로 여겨졌으며, 태평성세를 이루는 나라에만 나타난다고 믿어졌다.
이와 같은 봉황은 속성은 백성을 다스리는 군왕의 속성과 같다하여 자연스레 신성한 권위를 지닌 왕의 상징물로 쓰였다. 임금의 흉배에 봉황무늬를 수놓거나 왕궁 깃발에 봉황을 장식한 것들이 그런 사례다.
봉황의 앞모습은 기러기로서 군신, 부부, 친구 사이의 믿음을 상징한다.
뒷모습은 기린으로서, 슬기와 재주를 갖춘 賢人을 뜻한다.
턱은 제비로서, 비를 오게 하는 재주와 부귀 및 장수를 상징한다.
부리는 닭으로서, 어둠으로 상징되는 악귀를 물리치고 빛으로 상징되는
좋은 신을 부르는 행운을 상징한다.
목은 뱀으로서, 풍년과 多産을 상징한다.
꼬리는 물고기로서, 군사력을 상징한다. 물고기는 잘 때에도 눈을 뜨고 있고,
물고기 비늘이 장수의 갑옷과 닮았으며,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는 모습이 군인들이
행군하는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이마는 황새로서, 고결함과 장수를 상징한다.
뺨은 원앙새로서, 다정다감하고 사이좋은 부부애를 상징한다.
몸의 무늬는 용으로서, 뛰어난 인물을 뜻한다.
등은 거북으로서, 불의 재앙을 막아주며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 예견 능력을 상장한다.
봉황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인물을 상징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상징 문장紋章도 봉황으로 하고 있다. ‘문장’이란 국가나 일정한 단체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지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마리 봉황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상의 문장을 대통령 관련 표지로 쓰고 있다. 대통령이 수여하는 상장이나 상패 혹은 휘장 등에 봉황을 새겨 넣고 있다.
그런데 왜 용이 아니라 봉황을 대통령 문장으로 삼았을까?
원래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 봉황이 아닌 용을 대통령 문장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종교단체에서 사악한 동물로 여기는 드래건과 용을 동일시하여 반대하는 바람에 정부에서 봉황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종교도 크게 작용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략) 우리 전통 문장은 용이 아니라 분명히 하늘새다. 만약 중국의 오해가 싫다면 중국식 봉황이 아닌 백제나 고구려의 유물에 등장하는 하늘새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형상화시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상대가 교묘히 그 의미를 깍아 내렸을지라도 우리 스스로 노력하여 우리 것을 지키는 게 더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까닭이다.
-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 박영수, 내일아침, 2005. -
조금만 조사해보면, 은나라는 바로 동이족, 즉 당신들의 혈족들이 세운 나라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오. (중략) 원래 중국인들은, 중국 대륙을 다스린 자들을 모두 중국인으로 친다오. 따지고 보면 5호 16국이나 금, 요, 원, 청 등의 나라들은 모두 중국인들이 새운 나라가 아니었지. 하지만 그 모든 나라들은 중국 대륙에 세워진 나라였고, 중국 인민들이 그 나라의 근간이 되었기에 우리는 그들을 모두 중국의 역사로 생각한다오. (중략)
솔직히, 은의 주왕은 폭군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바로 그때 최초의 지배층 교체, 즉 봉족(鳳族)과 용족(龍族)의 교체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러한 소문도 그만큼 강렬하게 남았던 것으로 나는 생각하오. (중략) 봉황은 동이족, 즉 당신네 한민족의 상징이오. 그리고 용은 당연히 중국의 상징이고 말이오. (중략) 한민족의 상징은 절대 곰이 아니오. 바로 봉황이란 말이오.
한국의 국장(國章), 그러니까 대통령만이 사용하는 무늬가 바로 두 마리의 봉황이지 않소? 지금까지도 그 전통을 지키고 있는데, 모르는 국민들도 많은가 보구려. 당신들의 조선시대에도 상감(上監)은 오조룡과 봉황의 흉배(胸背)를 사용했는데, 오조룡은 중국의 관복을 따른 것이지만 봉황은 조선의 독자적인 것이었소.
나아가 한국의 옛 마을에는 솟대, 수두, 소도라고도 불리는 것이 있지 않았소? 새 모양의 장식을 높은 기둥 위에 세운 것 말이오. (중략) 좌우간 당신네 한민족은 봉황, 즉 신성한 새를 숭배하는 민족이었소. 우리 중국과 맞먹을 만큼 오랜 옛날부터 말이오.
- <<퇴마록>>말세편 4권, 이우혁, 들녘, 2000. -
Yin Yang Phoenix Heraldic Crest, Carved Wood 19th century ~ Korea
(http://www.williamreimann.com/heritage/heritage/country_korea1.html)
이것은 백제봉황문전과 너무 닮았다.
태극이 봉황으로 대표되는 태양새의 날개가 변형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렇듯 하나의 문양에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여러 의미가 들어가 있다.
그 의미를 우리 것으로 소화하느냐 그렇게 못하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한국의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이항아리 (0) | 2008.04.19 |
---|---|
봉황, 대한민국 대통령의 문장 (0) | 2008.03.26 |
너희가 봉황의 뜻을 아느냐? 1 (0) | 2008.03.26 |
숭례문 12 (0) | 2008.03.25 |
숭례문 11 (0) | 2008.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