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헤이그 밀사와 오성홍기

MissJaneMarple 2008. 5. 9. 03:48

 

 

서울에서 오성홍기가 물결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자기네 나라인냥 우리 국민을 향해 중국인들이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발생했다. 참 기막힌 일이다.

 

 

오래전, 신문을 보다가 여행사 광고에서 <중국여행>상품에 티벳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티벳이 서장西藏으로 불리면서 독립된 티벳이 아니라 티벳 자치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그 전에는 한번도 티벳이 중국의 영토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티벳과 중국은 다른, 독립된 국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벳의 독립 운동을 볼 때마다 난 대한제국 말기를 생각하곤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보면서는 더욱 그랬다.

 

무능한 임금으로 낙인 찍힌 고종황제와 네델란드 헤이그로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아프다. 이미 지난 일이라고 해도 그렇다.

 

 

이준 특사 일행이 목적한 만국평화회의는 식민지쟁탈전으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군비를 축소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회의다.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는 모두 45개국 200여명의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알리고 한국이 주권국가임을 알리는 것이

특사들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이준은 태극기를 호텔에 내거는 것으로 특사로서의 외교활동을 시작했다.

헤이그에 한국대표가 왔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만국평화회의에 정식으로 참가하기 위해 회의장을 찾았다.

만국평화회의는 특사들이 도착하기 열흘전에 이미 시작돼 회의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대표자격으로 헤이그를 찾은 이준 특사 일행에게 회의장문은 열리지 않았다.

정식초청을 받지 않았다는게 이유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회의에 참가한 모든 열강들은 을사조약을 정당한 조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을사조약으로 인해 한국의 외교권은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에 외교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공식적으로 만국평화회의에 한국이 참가한다는 것은 불가능 했다.

이것은 회의 참가국 모두 인정한 것이었다.  

세계평화를 구호로 내건 국제회의였지만 약소국에는 그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준 특사 일행은 포기하지 않고 여러 방법은 강구했다.

우선 회의장 밖에서 각국대표들을 만나 청원서를 전달했다.

한국이 처한 상황과 만국평화회의 참석을 요청하는 일종의 호소문이었다.

이러한 한국 특사들의 모습을 스즈키 일본대표가 목격하게 된다.

그는 곧장 본국으로 이 소식을 전했고 조선통감부에도 이 소식이 전달됐다.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의 실권을 쥔 자신도 모르게 헤이그로 특사가 보내졌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고종은 1900년 이후에 러.일의 각축 속에서 군비증강을 통해서 자위력을 기르려는 노력했다.

또한 열강의 중재를 통해서 한국에 중립국화를 보장받거나 독립에 대한 지지를 받는 방편의 하나로

미국.러시아 등지에 1901년 이후로 계속적으로 특사를 파견하고 있었다.

(참고 블로그 : http://cafe.daum.net/kokoin/EsFo/426)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약소국의 권리를 위해 애쓰는 강대국은 없다.

다만 자기 나라의 이익을 따라 움직일 뿐이다.

지금 티벳인들이 느끼는 절망과 분노는 우리가 대한제국 말기에 느꼈던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티벳이 과연 독립할 수 있을까?

내 마음에서 백번도 더 '당연히 독립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참 암담하다.

독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중국의 서북공정이 티벳을 자치구로 만든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동북공정이 (중국입장에서) 마무리 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참 답답한 일이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에 촛불 하나  (0) 2008.06.16
대통령과 국민의 눈높이  (0) 2008.06.04
결국 그만두어야 하는 것인지....  (0) 2008.05.06
아기의 손  (0) 2008.04.11
이 환한 봄에...  (0) 2008.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