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 발이 찬 나는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작은 온열기를 발쪽에 놓고 지내는데 반야가 그 위에 누워 늘어지게 자고 있는 것이다.
반야의 턱을 보면 유난히 검은 것이 눈에 띈다.
며칠 전 반야의 얼굴을 쓰다듬다가 턱이 까맣고 딱정이 같은 것이 피부에 잔뜩 달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서 살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서둘러서 병원에 갔더니 여드름이라고 한다. 여.드.름.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턱에 여드름이 난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긴 했지만 반야처럼 엄청난 양의 여드름은 아니었기에
여드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피부병인 줄 알고 걱정했었다.
스팀타올로 모공을 열어준 다음 병원에서 받은 삼푸로 발라 5분간 문질러주고 다시 스팀타올로 닦아주라는
처방을 받았다. 5분간 문질러줘야 한다고요? 5분이나? 반야의 성질로 봐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ㅡㅡ;
다른 방법이 없으니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시도를 했는데 역시나 1분도 문지르지 못했다.
그래도 검은 것이 많이 사라졌다. 타올에 까만 것이 잔뜩 묻어 나왔으니까.
반야, 너 별걸 다 한다....며 쳐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반야가 하품을 한다.
앗- 깜딱이얏-
하품을 하고 난 후 반야가 기지개를 켜고 몸을 움직이다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직후 나의 시선을 외면하는 반야.
냉큼 올라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까처럼 자세를 잡았지만 얼굴 표정이 영 아니다.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마땅치 않은 반야.
다시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고 있다.
반야, 너 '척'하는 거 다 알거든. 그만 눈뜨지 그러냐?
나는 지금 자고 있는거야. 반야는 잔다...반야는 잔다.......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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