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한밤중의 다리미질

MissJaneMarple 2009. 11. 30. 03:13

 

지난 20일 우리집 녀석들을 목욕시켰다. 동생과 늘 하는 말이지만 이 녀석들을 목욕시키고 나면

기운이 다 빠져서 잠시 자거나 쉬어야 한다.

특히 반야는 어찌나 목욕을 싫어하는지 아파트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소리를 낸다.

사람으로 치자면 꺼이꺼이 운다고나 할까.

행복이와 보라돌이는 저녁에 목욕시켜도 별 문제가 없지만 반야 때문에 꼭 낮에 해야 한다.

 

다음날 저녁 엄니께서 밤 9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에 끝나는 기도에 가겠다고 하셨다.

모셔다 드리고 잠시 졸다가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나 모시고 왔다.

엄니랑 돌아와 피곤해서 바로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헉- 오줌을 싸놓은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반야에게 오줌싼 이불을 들이밀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너 자꾸 그러면 정말 쫓아내버릴거라고 야단을 치고 방문밖으로 내보냈다.

다른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는지 눈치를 보던 반야는 문밖에서 몇번 울더니

작은마왕 방으로 가서 잤다.

 

오줌을 왜 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싫어하는 목욕을 시킨 것 외에는 없다.

그게 싫었다는 표시를 한걸까?

 

며칠 지나지 않은 목요일 집으로 돌아오니 작은마왕이 여울님이 보내준

플레이 하우스를 조립하고 있었다. 나는 옷만 갈아입고 녀석들이 플레이 하우스에

들락거리며 노는 모습을 찍었다. 

저녁 먹기 전까지 잠시 눈을 붙여야 겠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반야가 따라와

침대로 올라가더니 화장실에서 모래를 덮는 시늉을 하는거다.

"반야, 뭐하냐?"했는데....아...............

또 오줌을 싸놓았다. 22일 새벽에 오줌을 싸서 새로 꺼낸 이불에.

서둘러서 헝겊으로 꾹꾹 누르고 탈취제를 잔뜩 뿌리고 잠시 후 또 짜내고 널어놓았다.

마침 엄니께서 외출 중이시라서 들키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이걸 빨 수가 없다는거다.

반야가 이번에 오줌 싼 이불은 얇은 솜이불이기 때문에 물세탁을 할 수 없다는....

 

왜? 왜? 왜?

또 오줌을 싼 것일까?

작은마왕의 말에 의하면 처음 빨간 지붕집을 조립하고 있을 때 반야가 들어가기에

아직 다 되지 않았으니까 이따가 들어가라며 막았단다.

작은마왕의 생각으로는 반야가 화낼 이유는 그것 밖에 없다는거다.

이뇬이!(빠직-)

그것 때문에 자기가 자는 방에 오줌을 싸놓았다는거야?

반야는 다시 내 방에서 내쳐지고 출입금지 명령을 받았다.

 

엄니께서 오시기 전에 방에 다시 가져갔고, 내 방은 탈취제로도 어쩔 수 없는

고양이 오줌 냄새와 탈취제 냄새로 가득 찼다.

엄니는 일찍 잠자리에 드셨고 나는 탈취제를 잔뜩 뿌리고 키친타올을 그 위에 덮은 후

다리미질을 하기 시작했다. 몇번이나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데 열린 문 사이로 반야가

들어와서 움직이는 다리미 줄에 달려들었다. 최대한 냉랭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나가"했더니

우웅~소리를 내고 나간다. 아이고 철 없는 녀석. 

 

(출처 : http://cafe.daum.net/sara3040/1CRF/12508)

 

누가 그린 어떤 제목의 그림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화가가

그 밤에 다림질하던 내 심정을 잘 알고 표현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