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글읽기

사랑[愛]이라는 짐승 - {산해경} 2 - / 한승원

MissJaneMarple 2007. 2. 28. 03:28

 

사람꽃 지천으로 핀 그 땅에 사랑이라는 짐승이 살고
있다
눈에 보이기도 하고 혹 보이지 않기도 한 그 짐승은
눈을 치뜨는 법이 없고 내리뜨기만 한다 그 짐승한테 한
번 물리면 속으로 피멍이 드는 골병으로 평생 골골거리
게 된다 잡아서 약에 쓰면 백년 넘게 장수한다 단 체질
이 맞지 않는 자는 요절을 하게 된다 그 짐승은 반드시
격정적일 때 신음하듯이 울곤 하는데 그 울음 소리는
'옴'으로 시작되고 '훔'으로 끝난다* 옴은 겨자씨 한
알이나 터럭 한 오라기처럼 시작이고 훔은 아홉 마리의
소를 다 잡아먹는 소리인데 한 송이의 꽃일 리 없는 무
섭고 더러운 짐승인 나 날마다 밤마다 그 꽃밭에서 뒹굴
며 그 짐승한테 물리고 싶다.

* 옴마니반메훔 : 밀교의 주문이다. 나는 그것을 '연꽃살과 보석
의 뜨거운 만남 같은 환희여 열반이여!'의 뜻으로 풀고 싶다.
연꽃은 여성 성기, 보석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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