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글읽기

유림儒林 / 최인호

MissJaneMarple 2007. 3. 12. 22:35

1권 : 왕도王道 : 하늘에 이르는 길 / 조광조, 하늘 아래 지극한 도를 구하다.
2권 : 주유열국周遊列國 : 사람에 이르는 길 / 공자, 천하에 도를 유세하고 다니다.
3권 : 군자유종君子有終 : 군자에 이르는 길 / 퇴계 이황, 군자의 덕에 하늘과 백성이 감동하다.


 

 

{유림}을 읽고 세 가지 마음이 들었다.

첫째, 실망감이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 양반이 원고 수정을 하긴 했을까?"라는 생각이 몇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같은 얘기를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둘째, 놀라움이다.
내가 이쪽 계통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건 자료조사를 세밀히 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째, 작가의 손을 잡고 싶은 고마움이다.
{유림}은 대학 교양 수업 시간에 사용해도 무리가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광조에 대해, 공자에 대해, 이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분들에 대해 존경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애정을 느끼게 했다.
예전에 가봤던 조광조의 유배지를 새삼 떠오르게 했고,
공자의 고향인 곡부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했으며,
대쪽 같은 선비지만 다소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퇴계 선생의 生에 대한 연민을 가지게 했다.
그는 儒林을 거닐면서 유림이 뿜어내는 향내를 온몸에 가득 받았음에 틀림없다.

어제 오후 나는 정암 조광조를 모신 심곡서원 옆을 지나면서 최인호의 말을 생각했다.

"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격이 그 사람의 인간성을 이룬다면
이러한 국격을 가진 국민들이 그 나라의 국민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자기 절제에 철저했고 인격 완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선비들의 꼿꼿한 자존심.
선비정신과 유학의 근본 이념을 모르면서 선비와 유학을 비난하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이 책은 묻는다.

너는 그들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냐고...
너는 그들처럼 그렇게 자신에게 엄격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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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글을 썼을 때는 3권까지 출판되었을 때입니다.

이제 6권으로 완간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머지 책도 읽어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