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의 용도가 원래 인간과 인간 사이가 아닌 인간과 영(靈) 사이의 소통을 위한 물건이고 보면
그 곳에 사용된 문자가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문자의 보다 원초적인 형태이며 상징의 언어이다.
자주 쓰이는 문자로는 일월(日月), 천(天), 광(光), 왕(王), 금(金), 신(神), 화(火), 수(水), 용(龍) 등
한자이지만 간혹 한글이 보이기도 한다.
글은 주로 붉은 빛이 나는 경면주사(수은과 유황의 혼합물)나 영사를 곱게 갈아 기름이나 설탕물에
개어 쓰는데 한자의 파자(破字)를 여러가지 모양으로 결합하고 여기에 줄을 긋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꼭대기에 '칙령(勅令)'이라는 글자를 적어넣은 것이 많다. 귀신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렇게 부적은 "음(音)과 독(讀)"이라는 타이포의 기본적인 기능을 희생하는 대신 보다 풍부한 상징성을
획득하며 현대 미술가나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종종 영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양한 인간사를 모두 아우르다 보니 부적의 종류는 자연 많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 추가되기도 하는데 요즘엔 다이어트를 위한 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놀라운 것은 단조로운 선들과 문자들이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똑같은 형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효능에 대한 진위는 제쳐놓는다 하더라도 그래픽적인 부분의 다양한 조합이란 측면에서 부적은 충분히 눈여겨볼 만하다.
아니 효능 면에 있어서도 겉으론 미신을 거부하는 현대에도 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핸드폰 엑세서리로 전락할 정도로 의미가 약해졌지만 재앙을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혹은 적어도 그렇게 믿어지는 물건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게다.
이 부적은 못된 귀신을 쫓는 부적으로 설명에 따르면 "꿈을 꾸는데 무서운 꿈을 꾸던지 또는
집안에 각종 장롱 등에서 뚝뚝하는 소리가 날 때는 본 부적을 3부 작성하여 소리 나는 곳에 1부,
현관문 위 안으로 1부 붙이고, 나머지 1부는 내실 문 위 안으로 붙이면 귀신이 도망을 간다" 고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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