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문화

몽골인의 영원한 하늘, 텡그리 신앙

MissJaneMarple 2007. 4. 13. 16:16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시대를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신앙이 있다. 몽골인의 텡그리 신앙도 그 중 하나다.

텡그리는 몽골어로 하늘과 그 하늘이 신격화된 천신(天神)을 말한다. 몽골인들은 예로부터 이 텡그리를 세상만사를 주재하는 지고의 존재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경배를 아끼지 않았다. 몽골인들의 조상신화가 이를 말해준다.

 

13세기에 쓰인몽골 최고(最古)의 역사서 {몽골비사}의 첫머리에는 몽골인의 조상신화가 실려 있다. 그 신화에 따르면 칭기즈칸의 선조는 하늘의 점지에 의하여 태어났다고 한다. 최고 군주의 근원을 하늘에서 찾는 이른바 천손강림신화(天孫降臨神話)인데, 이런 유형의 신화는 몽골뿐 아니라 한국, 일본, 북아시아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따라서 외형적으로는 신기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신화는 몽골인들의 텡그리 신앙과 관련하여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어떤 생명체가 하늘의 점지로 태어났다는 것은 하늘에 그것의 근원이 있다는 인식의 소산이다. 실제로 옛몽골 신화는세상과 만물의 근원을 텡그리, 즉 하늘에서 찾고 있다.

 

몽골 창세신화의 공식에 따르면 원래 이 세상은 아무 것도 없는 물바다였다. 신화는 여기에서 대지가 형성되는 과정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누군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 흙을 가져와 이를 뿌려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 하나. 보르한(부처, 신불)이 하늘에서 흙을 가져와 대지를 만드는 것이 다음  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에는 세상을 만든 근원(흙)이 하늘에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세상 뿐 아니다. 몽골인들은 사람과 생명의 근원도 하늘에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몽골의 인간 기원신화에는 창조자 보르한이 흙으로 남녀 한쌍을 만들고 하늘에서 숨(생명)을 가져다 준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도 하늘은 사람의 생명의 발원지로 설정되어 있다. 어디 생명뿐인가? 위의 하늘에서 아예 사람을 만들어 이 세상으로 보낸다는 신화도 있다. 남녀 각각 18명을 보냈고 그들이 번성하여 현재의 인류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본향(本鄕)이 하늘이기 때문일까? 중세기 몽골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간다고 생각했다. 칭기즈칸의 죽음을 일러 "하늘로 갔다"고 한 {몽골비사}의 기록이 그 한 사례다. 칭기즈칸 시대의 최고 무당 텝텡그리도 죽은 후 하늘로 올라갔다.

텝텡그리(최고의 텡그리), 그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백마를 타고 하늘로 오르내렸다고도 하고, 자주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대단한 무당이었다. 그는 초원의 영웅들이 패자가 되기 위해 싸울 때 하늘의 뜻임을 내세워 칭기즈칸이 권좌에 오를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니 그렇게 선전했다.

그 공로로 그는 한때 대단한 권세를 누렸다. 과하면 망하는 법. 그는 마침내 군주자리까지 탐하여 칭기즈칸과 동생 하사르 사이를 이간질하다 죽임을 당하는데, 그의 시신 처리와 그 후에 일어난 일이 매우 흥미롭다. 칭기즈칸은 장사들을 시켜 텝텡그리의 허리를 분질러 죽이고 회색 천막 안에 그의 시신을 유폐하도록 했다. 그리고 천막문을 잠그고, 천정의 천창(天窓)을 틀어막고, 사람을 시켜 지키게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사흘째 밤이 되어 그의 시신은 천창을 열고 사라져 버린다. 후대 사람들이 믿거나말거나 {몽골비사}는 그 사건을 그렇게 적고 있다.

 

사건의 진위와는 별개로 텝텡그리의 출세, 죽음, 사후 사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13세기 몽골인들의 텡그리 숭배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전하고 있다. 그는 칭기즈칸이 권력을 잡을 때도 하늘을 앞세웠고, 칭기즈칸 형제들 사이를 이간질 할 때도 하늘의 뜻임을 내세웠다. 칭기즈칸 또한 그가 하늘로부터 사랑 받지 못하여 죽었다고 둘러댔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의 시신을 천막에 유폐하고 천창을 틀어막았다는 대목이다. 천막의 천창은 물리적으로 통풍과 집광(集光) 기능을 하지만, 무속에서는 무당이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천창을 막은 것은 그의 승천을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던지 그의 영혼은 천창을 열고 몸과 함께 사라진다. 아마도 고향인 하늘로 올라갔을 것이다. 황당하지만 몽골인들의 하늘숭배를 보여 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영원한 하늘'을 형상화 한 에르덴 바야르의 작품

<궁 텡그르의 고유한 자리>

 

 

{몽골비사}는 이 밖에도 중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텡그리가 반복되어 언급된다. 한 조사자에 의하면 69번이나 언급된다고 한다. 전승에 대한 감사, 위험에서 벗어난데 대한 감사, 원정에 앞서 그의 가호를 비는 것 등 텡그리는 일상사 모든 것과 관련지어 말해지고 부름을 받고 있다.

몽골인들의 하늘숭배는 자연 환경 및 그들의 생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로는 온통 푸른 하늘, 아래로는 끝없이 펼쳐진 풀밭, 그 속에서 사계절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의 삶의 성패는 전적으로 자연에 달려 있다. 게다가 봄의 가뭄과 모래 폭풍, 초목을 죄다 말려버릴 것 같은 여름의 뜨거운 햇볕, 온 대지를 꽁꽁 얼어붙게 하는 겨울의 추위와 폭설은 삶 그 자체를 위협한다. 이러한 자연의 분노에 대하여 유목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화난 자연을 무서워하고, 그 주인에게 노여움을 풀도록 기도하는 것이 고작이다.
몽골인들이 찾아낸 첫 번째 기도 대상이 머리 위의 하늘과 발 아래의 대지다. 이렇게 하여 하늘과 대지의 가호를 기원하는 신앙이 생겨났다. 무가를 비롯한 몽골 각지에서 수합된 구전자료에는 하늘과 대지에 대한 찬미와 감사, 그리고보호를요청하는말이수도없이반복된다. 생로병사는 물론,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일, 자연현상에 의하여 야기되는 각종 재난에서 국가의 대사에 이르기까지 텡그리는 언제나 사람들을 지켜주고 보호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만큼 두 존재에 대한 믿음이 뿌리깊다는 증거다. 그 후 지금까지도 하늘과 대지는 몽골인들의 대표적 신앙 대상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라마교의 화려한 교리도, 1930년대의 무지막지한 종교 탄압도, 현대의 첨단 과학기술도 몽골인들의 마음에서 대지와 하늘에 대한 믿음을 지우지 못했다. 몽골 초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오보는 대지숭배의 발자취이고, 몽골인들이 술을 마실 때 약지에 술을 묻혀 하늘에 뿌리는 것은 하늘 숭배의 살아있는 징표다. 심지어 갓난아기 엉덩이의 푸른반점(몽골반점)도 그들이 하늘의 후손임을 입증하는 흔적이라고 말하는 엉뚱한 사람도 있다. 이런점에서 몽골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전통신앙이 꿈틀대는 신화의 현장이다.

 

 

글 : 이평래 한신대 교수

출처 : [민속소식] 200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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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데에 의하면 북극권·시베리아·중앙 아시아의 샤머니즘에서는 하늘의 大神을 경배하는데

그 이름은 '하늘'이나 하늘의 상징인 '태양의 빛'·'白光'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大神의 이름은 때로는 '천공'(sky) 혹은 '천상계'(heaven)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사모예드족의 눔(Num), 퉁구스족의 부가(Buga) 혹은 몽고족의 탱그리(Tengri) - 부르야트족의 텡게리(Tengeri), 볼가 타타르족의 탱게레(T ngere), 벨티르족의 팅기르(Tingri), 야쿠트족의 탕가라(Tangara) 등 - 가 바로 이런 신들이다. 이런 신들은 이름이 구체적으로 '천공'이 아니더라도 그 이름에는 하늘의 특징적인 성격을 표상하는 말, 가령 '높은'(high)이라든지 '우뚝 솟은'(lofty)이라든지, '찬란한'(luminous) 같은 말들이 딸려 있다.

예를 들면 이르티쉬의 오스티야크족이 섬기는 천신의 이름은 생케(s nke)라는 말에서 유래하는데, 이 말은 '찬란하다·빛난다·밝다'는 뜻이다. 바로 이 신을 두고 야쿠트족은 '세계의 추장이신 아버지 주님'이라고 부르고, 얄타이의 타타르인들은 '흰 빛'(Ak Ayas), 코르야크인들은 '높은 곳에 계시는 분', '높은 곳에 계시는 주님'이라고 부른다. 터키-타타르인은 북방과 동북장의 인접 민족들 이상으로 천상의 대신을 지극히 섬기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이 천상의 대신을 '추장'·'주인'·'주님' 그리고 '아버지'라고 부른다.    

                                                            - 멜시아 엘리아데, {샤머니즘}, 까치. 1992 -

 

우리 민족은 북방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 왔다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단군檀君이 탱그리, 텡게리를 한자로 옮긴 것이라는 이론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방향에 중점을 두어 말하는 학자들도 있지만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간에 탱그리, 텡게리라는 말은 우리와 무관한 단어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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