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MissJaneMarple 2008. 3. 19. 03:54

 

 

퇴근한 동생이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내밀었다.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것을 찍어 왔단다.

뭔가 싶었는데.....

 

야생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부 주민이 있다.

고양이 배설물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민원이 발생한다.

밥 때문에 야생고양이 서식처가 될 수 있으니 절대 밥을 주지 말라.

 

이런 내용이었다.

힘이 쭉 빠지고 머리 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얼마전부터 또 그릇을 치우기 시작해서 조마조마 했었는데 결국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동생은 밤에 사료를 주었다가 새벽에 나가서 그릇을 걷어 오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그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러다가는 내 신경이 견디지 못할 것이 뻔했다.

 

두 시간에 걸쳐 관리소장님에게 편지를 썼다.

한장 반짜리를 쓰면서 왜 그리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

 

오늘도 사료를 챙겨서 나갔다. 편지도...

그릇이 치워지고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곳에 빈 그릇이 있었다.

아마 그릇 치우는 것은  소용없을 거리고 판단한 듯하다.

그릇만 가져오고 사료는 두지 않았다.

 

다른 곳에선 장군이가 사료를 먹고 있었다. 귀도 잘 들리지 않고 한쪽 눈도 성치 않은 녀석이다.

장군이를 보니 더 마음이 아리다.

장군이가 잠시 비켜 있는 동안 그곳에 사료를 두고 관리사무소로 갔다.

준비한 편지를 관리사무소에 밀어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비록 당황스럽긴 하지만 관리사무소장님을 이해한다.

사실 3년 동안 갈등없이 사료를 줄 수 있었던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 분은 그 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참 난감하다.

 

이제 어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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