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철학의 부재不在...그 결과

MissJaneMarple 2008. 6. 16. 04:03

 

어제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친구가 딴지일보에 나온 이야기를 해 주었다.

딴지일보....나를 많이 웃게 하고 강호의 고수(?)들의 생각을 읽게 해 준 곳.

이 새벽, 혼자 앉아 딴지일보를 읽다가 딴지총수인 김어준의 글 중 일부를 가져왔다.

(전체글 :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48&article_id=4196&board_category_id=1)

 

*

 

이런 국가간 협상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이명박 대통령인데, 그래서 협상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했던 모르고 했던 결국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책임일 수 밖에 없는 건데, 그런데 도대체 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불합리한 협상조건을 승인했던 걸까. 사람들이 바로 이 대목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으니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라 단정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의 여러 정황으로 보자면, 정부는 아마도 그렇게 미국이 원하는 쇠고기 전면개방을 안겨주고 한미 FTA의 조기 타결을 원했다... 는 게 그나마 가장 근접한 해석일 테지만, 그런 판단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남긴다.

 

왜냐.

 

미국이 원하는 쇠고기 문제는 미국이 원하는대로 다 줬지만 정작 우리 손에 쥐고 돌아온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FTA라는 게 미의회가 통과시켜줘야 되는 건데 부시가 그런 보장을 해줄 수도 없는 거 아닌가. 게다가 협상의 기본이 바로 앉은 자리에서 서로 주고 받을 거 확실히 하고 나서, 도장을 찍어도 찍는 거다. 그런데 우린 협상 테이블에서 유일하게 받아낼 거리였다고 주장하는 <강화된 사료조치>조차 그 구체적 내용을 미국에게 일임했다. 도장부터 찍었다.

 

개인이 전세집 하나 얻을 때도 그렇게는 안 한다. 어느 누가 주택의 계약조건을 공란으로 둔 채 사인을 하나.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집을 살 때도 그렇게는 절대 안 할 게다. 아니 동네 복덕방 할아버지도 그렇게는 못하게 한다. 나중에 싸움 난다고. 하물며 국가간 협약을 이런 식으로 사인해버렸다는 건,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탁월한 장사꾼의 자질만은 발휘할 거란 최소한의 기대조차 배신하는 결정이다.

 

그 의문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 본인이 풀어준다.

 

안 먹으면 된다.

 

이 말은 소비자가 선택하면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시장에서, 해결된다는 논리다.

대통령 본인 표현대로 하자면 소비자가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삼으로써...

나는 비로소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이 이해가 갔다.

 

흔히 이명박 대통령을 시장주의자라고 한다. 기업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에 맡기라는 게,

대통령으로서의 첫 일성이었다. 실제 각종 기업규제의 철폐와 공기업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이렇게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그들의 이익추구와 그 분배를 철저히 시장에 맡기겠다는 시장주의 - 그 이익추구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그 경쟁에 필요한 공정한 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단 점에서, 그런 사회는 결국 승자독식 약육강식 사회일 수밖에 없단 점에서, 보다 정확하게는 '시장근본주의'라고 하는 게 훨씬 적확하다고 개인적으로 여긴다만 - 기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하나의 정책기조일 수 있단 걸 받아들인다. 그런 신자유주의 기조가 현재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말이다.  

그러나,

 

광우병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안 먹으면 된다는 논리를 펴는 건, 공공의 안전까지, 시장에 맡기겠다는 거다. 이익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까진 좋다. 그런데 공공의 안전을 시장이 알아서 하도록 맡기는 정부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예를 하나 들자.

 

도로 위의 모든 차에겐 원하는 곳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게 이익이다. 거기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 결국 덩치 크고 엔진 큰 차가 언제나 이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라고, 그렇다고 큰 차더러 일부러 덩치를 줄이라고 할 순 없지 않냐고, 그들이 먼저 도착해서 또 더 멀리 갈 수 있게 되면 그런 선도그룹이 결국 뒤쳐지는 차들을 이끌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니냐고, 속도제한 같은 건 두지 말자고, 운전자의 자율에 맡기자고, 그렇게 말하는 게 우파다. 반면 그러면 작은 차만 언제나 뒤쳐진다고 차와 엔진의 크기를 적정선에서 규제하고 공정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속도제한을 둬서 가능하면 비슷하게 도착하게 하자며 교통법규을 더 정밀하게 만들라는 게 좌파의 논리인 거고.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처럼 공공의 안전까지 시장에 맡겨버리는 건, 그 도로에서 아예 차선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은 결정이다. 그리고는 각자 운전자가 조심하면 된다는 거다. 겁나면 차 끌고 나오지 않으면 된다는 거다. 사고 나면 그때 가서 차량통제 하겠다는 거다. 그게 그런 사고방식이다.

 

이익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까진 좌우를 따질 수 있다. 여기까진 그 정책 기조를 두고 좌우가 논란을 벌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게, 정부가 국민들더러 알아서 살아 남으라는 게, 이게 도대체 좌우와 무슨 상관이고 진보 보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말이다. 광우병이 좌파만 걸리냔 말이다. 

 

이건 보수도 아니고 실용도 아니고 시장주의도 아니고 심지어는 시장근본주의도 아니고 그냥, 철학의 부재, 그 외 아무 것도 아니다. 하여 나는 다시 한 번 이렇게 결론내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건,
 

 

 

이명박, 책임이다.

 

 

 

 

 

 

 
그래서 난 두렵다.
이건 시작에 불과할까봐..
두 눈 크게 뜨고, 살아야겠다.

- 딴지총수
( oujoon@gam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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