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글읽기

산경山經을 덮으면서 / 황지우

MissJaneMarple 2008. 12. 23. 14:21

 

1

적설 20cm가 덮은 雲舟寺,
뱃머리 하늘로 돌려놓고 얼어붙은 木船 한 척
내, 오늘 너를 깨부수어
오 함마 쇠뭉치 들고 왔다
해제, 해제다
이제 그만 약속을 풀자
내, 情이 많아 세상을 이기지 못하였으나
세상이 이 지경이니
봄이 이 썩은 배를
하늘로 다시 예인해가기 전
내가 지은, 그렇지만 작용하는 허구를 작파하여야겄다

2
가슴을 치면
하늘의 雲板이 박자를 맞추는
그대 슬픔이 그리 큰가
적설 20cm,
얼음 이불이 되어
와불 부부의 더 추운 동침을 덮어놓았네
쇼크로 까무라친 듯
15도 경사로 누워 있는 부처님들
石眼엔 괸, 한 됫박 녹은 눈물을
사람의 손으로 쓸어내었네

3
운주사에 다녀오는 저녁
사람 발자국이 녹여놓은, 질척거리는 대인동 사창가로 간다
흔적을 지우려는 발이
더 큰 흔적을 남겨놓을지라도
오늘밤 진흙 이불을 덮고
진흙 덩이와 자고 싶다

넌 어디서 왔냐?

 

 

사진출처 : http://blog.daum.net/hsc54/590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