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반야의 심리상태

MissJaneMarple 2009. 7. 31. 02:48

봄부터 방마다 어느 녀석인가 쉬를 해놓아서 시트와 이불을 빨아야만 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처음엔 보라돌이인 줄 알았다.

그렇다고 반야나 행복이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달 들어서는 그 빈도가 잦아졌다.

엄니 몰래 내가 빨아서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한적도 있다.

방마다 성한 시트가 없고 쉬 때문에 어제 시트를 빨고 새로 깔아놓으면

오늘 또 다시 젖어있는 상황이 되풀이 되었다.

 

전에 파랑이가 그런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염증이 있어서 쉬를 할 때마다 아프니까

좀더 부드러운 곳을 찾아 볼 일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혹시 그런 것이 아닐까 했다.

봄에 보라돌이를 의심했던 것도 파랑이의 경험이 있어서였는데 보라돌이에게는 염증이 없었다.

 

그저께 안방에 있는 반야를 데리고 나오면서 토닥거리는데 물기가 손에 묻었다.

앗-

안방으로 달려가니 역시나! 이불과 시트가 또 젖었다.

반야! 너로구나!

 

그려! 나여! 내가 좀 피곤해서 그런거여, 워쩔끼여!

 

결국 어제 반야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결석이나 방광에 문제가 있지 않으면 심리적 문제이기 때문에 일단 검사를 했다.

초음파나 엑스레이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건 다행이다.

원장님과 우리집 상황과 반야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이유라는 결론을 내었다.

 

반야는 보라돌이나 행복이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단다.

보라돌이와는 장난도 하고 싸움도 하지만 행복이와 반야의 사이는 많이 나쁘다.

주로 반야가 덮치고(?) 행복이는 도망가고 눈치보는 입장이다.

우선 체격의 차이가 크고 성격도 반야가 세다.

그러니 행복이가 이길 수가 없다.

 

행복이가 서열을 인정하게 되면 그나마 좋겠지만 엄니는 행복이가 구석에 밀리는 것을 못보신다.

반야가 행복이를 심하게 공격할 때 행복이의 털이 뭉턱 빠지는 일도 있다.

그래서 엄니는 반야를 야단치신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반야가 아니다. 반드시 응징을 한다.

엄니는 반야의 불시 공격에 발뒤꿈치를 여러 번 물리셨고 피가 많이 난 적도 있다.

이것은 반드시 야단쳐야 한다고 하셨다.

 

반야는 겁도 없고 영리한 녀석이란다.

우리집 고양이들 중 자기가 제일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식구들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서 속으로 분노가 쌓여 있고,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행복이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라고 하신다.

더구나 집의 어른인 엄니께서 행복이를 제일 예뻐하시는 것도 이유이고.

그래서 그런 반야의 마음이 오줌을 싸는 것과 행복이 공격으로 나타난다고 하셨다.

 

이 녀석이 얼마나 속으로 힘들었을까. 안쓰럽고 짠하다.

약을 6-8주를 먹자고 하셔서 7일치 약을 받아들고 왔다.

 

집으로 오니 반야와 이동장에 따라온 병원 냄새에 예민해진 보라돌이는 내내 하악질을 하고 다닌다.

아까는 침대 위에 있는 반야에게 하악질을 하면서 주먹을 날렸다.

그런데 반야는 가만히 있는거다.

원장님께 보라돌이를  대하는 반야의 태도를 말씀드렸을 때,  내 생각과는 달리 보라돌이가 반야보다

서열이 확실히 높다고 말하기 어렵고 오히려 순둥이인 보라돌이를 물로 볼거라고 하셨는데

보라돌이가 주먹을 날리면서 하악질을 할 때 반야의 표정이나 태도가 정말 그랬다.

 

반야, 보라돌이, 행복이.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 큰마왕. 당신이 고생이 많다.

이제 고만 자라. 나도 자야겠다. 병원에서 검사받고 약먹고 그랬더니 고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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