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선물받은 책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작년부터 일어난 세시봉 열풍에 편승한 책이라고 지레 단정지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책의 내용을 제목에 담아낸 거였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트로트에 대한 선입견 혹은 잘못된 지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5~6쪽)
우리가 트로트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선입견이 의외로 많은데, 그 중 의외로 틀린 것들도 많습니다.
심심풀이 삼아 오엑스 문제 한번 풀어보실까요?
1. 트로트는 일본에서 들어온 양식이다.
2. 트로트 여부를 구별하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쿵작쿵작하는 단순한 2박자 리듬이다.
3. 트로트의 유행은 식민지 시대의 첫 출발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4. 식민지 시대의 트로트는 약간 나이 든 점잖은 중년들이 좋아하던 노래이다.
5. 식민지 시대의 트로트는 재즈나 블루스와 비등한 세련된 양식이었다.
마플은 1번만 맞았다. ㅡㅡ;;
이영미는 식민지 시대의 트로트는 당시 최첨단의 미국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은 재즈나 블루스 노래들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세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왜냐하면 당시 조선의 대도시 고학력 젊은이들은 일본의 새로운 문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일본의 대중잡지와 음반을 열심히 보고 들으며 최신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플은 이런 생각을 전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이영미의 이야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음악을 통해 우리 역사를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다소 길지만 목차를 소개한다.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고 흥미로우니까.
목차
프롤로그 | 대중가요, 추억을 넘어 성찰로
1부 트로트, 식민지 근대의 비애와 사유방식
트로트에 대한 진실과 오해
사오십대는 모태 트로트 팬? | 트로트의 일본풍, 그것이 문제였나 | 트로트의 핵심적 특징은 음계 | 식민지 신세대들의 최신 인기 경향, 트로트
트로트의 신파성, 굴욕적 절망의 비극성
같은 뿌리를 가진 신파극과 트로트 | ‘아니오’라고 말 못하고 그저 눈물만 | “흑흑, 제가 죽일 년이에요!” | 감정적 해소와 과잉된 눈물 | 민요처럼 시원스레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모던 경성 젊은이들의 세련된 절망
‘묻지 마라 갑자생’ 아버지 | ‘모뽀모걸’을 아시나요 | 신파적 눈물의 세련성
왜 나이가 들면 트로트가 좋아지는가
원더풀 청춘! | 나이 들고 촌스러워진 트로트 |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 했던 청년들도
꽃미남 애인 남인수와 구슬픈 나그네 고복수
목소리와 가창법에도 유행이 있다 | 애인의 목소리와 나그네의 목소리 | 또랑또랑한 청춘의 목소리, 남인수 | 쓸쓸하고 지친 나그네의 목소리
식민지 조선의 가냘픈 애인, 이난영
필적할 대상이 없는 가왕, 이난영 | 가성의 유려한 사용과 트로트적 장식음 | 소극적이고 가냘픈 식민지 여인 캐릭터 | 애인인가 어머니인가
어머니, 조강지처, 누이, 이미자
‘엘레지의 여왕’이 의미하는 것 | 기교 없는 정직한 목소리 | 어머니이자 누이 | 이미자의 외모는 경쟁력이다
2부 포크, 근대의 완성과 반성
청년문화 세대의 포크에 대한 이해와 오해
포크가 가장 건강하고 수준 높은 노래라는 선입견 | 포크 신화는 어떻게 완성되었나 | 통기타만 들면 모두 포크? | 1970년대 포크와 록의 차이, 악기와 학벌 | 잘난 고학력자들의 여유와 자유로움
세상 어딘가에 순수와 진실이 있다는 믿음
순수하고 힘없고 가난하고 소박하고 어린 존재들 | 순수와 비순수의 이항대립 | 《어린 왕자》 열풍 | 기타를 애인처럼 안고 독백하는 마음으로
미니스커트, 긴 생머리, 청바지. 그리고…
긴 머리 짧은 치마 | 도발성과 순수, 관조와 비판의식
‘잘살아 보세’ 외쳐도 부족한 판에, 이것들이!
이 정신 나간 젊은 것들아! | 청소년기에 도달한 전후 세대 | 어른이 하라면 하는 시늉이라도 하라고요? | 달걀로 바위를 치던 바보들
언제나 사랑한 건 내 조국, 그리고 나 자신뿐
2000년대 공익광고의 단골 노래, 포크 | 애국심의 시작은 국가가 아니라 나 자신 | 저 험한 세상 등불이 되리 | 그래 니들 잘났다!
논리적이고 섬세한 근대적 지식인의 체취, 김민기
오래된 신화, 김민기 | 이해는커녕 오해도 힘든 사람 | 사랑 노래 한 곡도 없는 대중가요 창작자 | 일관성과 논리성 | 감정을 통제하며 모든 것에 의미를
미국형 부산말로 자유로움을 노래한 한대수
부산말로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 서울, 미국, 부산, 다시 미국, 그리고 서울로 | 자유에 목마른 젊은이 | 한국인이 되기도 안 되기도 힘들었던 한대수
중년의 무게감을 획득한 한국의 비판적 포크, 정태춘
나이 쉰까지 꾸준히 신곡 음반을 내는 가수 | 평택 촌놈 | 서울이라는 낯선 이름을 안고 언더그라운드로 |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다 | 다시 차분하게, 그러나 치열하고 성숙하게
너무도 다른 윤형주와 송창식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가수네 | 순수한 목소리의 엘리트, 윤형주 | 명랑한 청년들의 초상 | 트윈폴리오, 깨진 게 다행이다 |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과 해학적 거리 | 어른이 된 송창식을 발견하는 기쁨
3부 댄스음악과 록, 탈근대의 희망과 절망
1992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뭐? 서태지가 벌써 마흔? | 1992년에 일어난 일들 | ‘순정적 사랑’에 얼음을 뿌리다
민중가요? 천만에! | 나, 개인, 할 말은 많다
개인의 발견
개인은 좋은 말일까 나쁜 말일까 | 나는 나다! | 본원적으로 외로운 존재, 인간 | 지금 유일한 이 순간의 욕망에 충실하기
1990년대 신세대는 무엇을 먹고 자랐을까
아파트에서 거버 이유식 먹으며 자란 아이들 | 혈연 지연 떼어버리고, 어깨에 힘 빼고 | 물질이 아니라 기호를 소비하는 세상의 욕망 | 자신에게 솔직함, 그리고 민주주의
청년문화 세대와 신세대, 한판 붙어볼까
세상은 타락했는데, 그럼 나는? | 희망 혹은 절망 | 웬 약한 척? 완전 닭살! | 한판 붙어볼까
서태지 세대, H.O.T. 세대도 나이 들면
너무나 많은 이해와 오해 속의 서태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요 | 영어 억양에 한국어를 짜맞춘 서태지의 랩 | 국악 붐 속의 <하여가> | 혁명이자 상술 | 갑자기 은퇴는 왜 | 은퇴, 그 이후
도발성과 논리정연함을 아우르는 오지랖, 신해철
익숙한 논리정연함의 냄새 | 검은 조끼의 귀공자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 논리적 설득력의 힘 | 대마왕의 매력
목재적 질감의 로커, 그 엉뚱함과 편안함, 강산에
니 와 그라는데 | 엉뚱, 삐딱, 치열, 솔직 | 시치미 떼며 할 말 다 하기 | 목재적 질감의 로커
에필로그 | 우리, 포크 세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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