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바닷가 무덤 하나

MissJaneMarple 2007. 2. 27. 04:16

2004년 어느 토요일 아침 10시 경에 집을 나서서 서해안으로...
안면도 쪽의 삼봉해변에 갔죠. 물이 빠져서 해변이 넓게 펼쳐져 있었어요.
혼자 어슬렁 거리다가 커다란 바위 곁으로 갔는데 그 바위 위에 뭔가가 있더라구요.
어...뭐지?
무덤처럼 보이는데....설마?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게 무덤인거예요.
매끄러운 바위가 아니라 뾰족거리고 날카로운 바위였지만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낙상이라도 하면 도와줄 사람도 없고...
그 바위 주변을 빙빙 돌면서 봤는데, 무덤이 맞더군요.

그 옆에는 모래는 없고 밀려온 조개껍질만 가득한 곳이 있었어요.
잔뜩 쌓여있는 조개껍질 위에 앉아 예쁜 껍질을 고르면서 놀았죠.
그런데 어떤 사람이 자기 일행에게 물이 들어온다고 하는거예요.
고개를 드니 물이 아주 가깝게 밀려왔더군요. 헉-
허둥지둥 그곳을 빠져 나와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보면서 천천히 걸었어요.

파도가 발 가까이 오는 것을 보면서 내 삶의 경계도 이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까우면 발이 젖고, 멀리 있으면 물에 닿을 수 없고.....

한참 그렇게 왔다갔다 하다가 물기없는 모래 위에 다시 털썩- 주저앉아 바다를 보았어요.
바다는 언제나 많은 것을 버리게 하고, 또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해요.

해변에서 숲으로 걸어나오며 다시 그 무덤을 봤어요.
어떤 이유로 거기에 무덤을 썼는지 모르지만 참 슬쓸한 곳에 누웠구나....싶었거든요.

 

 

 

커다란 바위 위에 있는 무덤이 보이시나요?

 

 

 

더 가까이 찍은 사진인데 선명하게 나오질 않았네요.
바위 높이가 있어서 가까이 가면 무덤이 보이질 않고 멀리서 찍으면 너무 작게 나오고.....

여긴 안면도 삼봉해변입니다.
나중에 삼봉해변에 가시면 이 바위와 저 무덤이 있나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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