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아수라 백작 / 아수라장

MissJaneMarple 2007. 3. 19. 18:30
마징가 제트에 나오는 아수라백작과 아수라백작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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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阿修羅)는 산스크리트·팔리어 아수라(asura)를 음역한 것으로, 수라(修羅), 아소라(阿素羅), 아수륜(阿須侖)이라 하며,  '추악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음만 빌린 것이기 때문에 한자는 따로 알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어원으로 볼 때 고대 페르시아어의 아후라(ahura)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h가 s로 바뀐 것이죠. 아후라-아수라 비슷하죠?

단어만 바뀐 것이 아니라, 뜻도 바뀝니다. 원래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짜라투스트라)교에서 아후라는 빛과 선의 신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어둠과 악의 신 데바들과 대립합니다. 아후라 마즈다는 빛과 선의 신들을 이끄는 지도자이고, 어둠과 악의 신들을 이끄는 지도자는 앙그라 마이뉴였다고 합니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아후라 마즈다 말고도 여섯의 빛의 정령들과 그 밑에 수많은 빛의 정령들 또는 천사들이 있고 각각은 모두 그에 상응하는 같은 수의 어둠의 신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로아스터교의 이원론적 교리는 농경과 유목 생활방식 간의 해묵은 오랜 갈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학자들은 밝히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했던 아후라는 인도로 넘어와서도 베다시기까지만 해도 '아수라'로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절대령' '생명있는 자' 등을 뜻하는 선신(善神)이었는데, 이것이 시대의 변천과 상상의 변화에 따라 악신(惡神)으로 바뀌게 됩니다. 한역불전(漢譯佛典)에 아수라는 '부단정(不端正)' 또는 '비천(非天)'이라 표현되고 있습니다. 비천(非天)이라면 천(天)에 대립되는 개념이고, 동양에서 하늘[天]에 대립하는 것은 곧 '악'을 뜻하죠.

『장아함경長阿含經』에 아수라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습니다.
"형용이 매우 크고 양 손에 해와 달을 받치고 있는데, 수미산 대해저에 살면서, 세 개의 머리와 여덟 개의 팔을 지닌 채, 산을 넘고 바다를 밟고서, 해를 만지며 세계를 잡고 있다."

인도의 『마하바라타』는 선신과 악신의 싸움을 장엄하게 표현한 대서사시라고 합니다. 이 서사시에서 비슈누신의 원반(原盤)에 맞아 많은 피를 흘린 아수라(阿修羅)들이 다시 칼, 곤봉, 창으로 공격을 당해 피에 물든 그들의 시체가 마치 산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진 장소를 '아수라장'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아수라로 다시 태어나는 것, 지옥에 태어나는 것, 축생계에 들어가 동물이 되는 것, 아귀(餓鬼)가 되는 것을 4가지 악처(惡處)·악취(惡趣)로 꼽습니다.

한편, 아수라는 일찍이 제석천[帝釋天, 고대 인도의 신 인드라(Indra)를 수용한 불교의 수호신]과 격렬한 싸움을 벌였으나, 나중에 석가모니의 호위천룡팔부중(護衛天龍八部衆)의 하나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또, 아수라는 싸움을 좋아해서 전신(戰神)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하늘과 아수라의 싸움에서 인간들이 승패를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이 선행을 해 세상의 정의가 널리 행해지면 하늘의 힘이 강해져 이기게 되지만 반대로 못된 짓이나 하고 불의가 만연하면 아수라의 힘이 세져 하늘이 지게 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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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부분의 <하늘과 아수라의 싸움에서 인간들이 승패를 결정한다~불의가 만연하면 아수라의 힘이 세져 하늘이 지게 된다는 것>을 읽으면서 이우혁의 {퇴마록}을 생각했어요.
우주의 먼지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도 하지만 그 인간이 또한 우주를 품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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