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님이 제일 처음 만난 녀석은 행복이였어요. 하지만 행복이는 쇼파 뒤로 숨어버렸어요.
억지로 나오게 하지 말자고 하셔서 제 방에 있는 반야를 만났지요.
천천히 앉은 자세로 들어오시면서 반야를 부르시더라구요.
반야는 낯선 사람이 오면 잠시 살피는 듯하다가 하악질을 하는데 김동기님에게는 그렇지 않았어요.
앉아 있는 그 분에게 다가가 냄새 맡으며 탐색을 했어요.
그렇게 반야의 경계심을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김동기님이 웃으시는 거예요.
거실에 있는 행복이가 말을 듣고 있다고, 반야가 어떤 말을 하는지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해요.
다시 거실로 나갔어요. 반야도 나오고.
김동기님이 거실에 앉으니까 행복이가 다가오는거예요. 놀라운 일이었어요.
행복이는 반야와 관계를 좋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대요. 얘기를 잘 해달라고 하더랍니다.
오홋- 행복이 그런거야?
토요일 거실 쇼파의 상태는 엉망이었어요. 반야의 오줌냄새는 진동을 하고 그래서 떼어져 있는 부분도 있고, 이 녀석들이 발톱을 쇼파에다 긁는 바람이 너덜너덜 했거든요.
어머니께서 우리집 녀석들이 그런다고 이야기를 하시면서 새 쇼파 사기도 망설여진다고 하실 때
반야가 김동기님과 저를 지나쳐 베란다 쪽으로 갔어요.
김동기님이 "지금 반야가 저를 지나치면서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을 다 믿지는 말라고 하네요."하셨어요.
헉- 반야는 엄마를 신뢰하지 않는거예요. ㅜㅜ
왜 오줌을 싸는지 묻고 싶다고 했더니 처음부터 그런 걸 묻지 말고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물었어요.
반야는 목욕을 너무너무 싫어합니다. 어쩌면 싫어한다기보다는 무서워한다가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달에 한번 꼴로 목욕을 시키는데 행복이보다 반야 목욕시키는 게 몇 배는 더 힘듭니다. 욕실에 데리고 들어가면 거의 통곡 수준으로 울어댑니다. 전에는 드라이를 하다가 입술을 물려서 피가 꽤 난 적이 있습니다. 반야가 목욕도 싫어하고 빗질도 싫어하지만 제가 알레르기 비염이 있어서 목욕을 시키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도 목욕하기 싫어서 탈출하는 것처럼 욕실을 나갔으면서 아무도 없는 빈 욕실에 들어가서 웁니다. “반야, 왜 그래? 이리와”하면 마치 오래 동안 저를 만나지 못했던 것처럼 반가워하며 달려옵니다. 그랬다가 또다시 욕실로 가서 울고, 부르면 반갑게 달려오고.....왜 그럴까요?
반야의 대답은 너무나 뜻밖이었어요.
목욕하는 것이 무섭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
목욕을 마치고 나면 목욕할 때의 자기 행동이 미안하다.
그 미안함 때문이다.
놀랍지 않나요?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는 개나 고양이가 있긴 하지요. 하지만 많은 반려동물들이 목욕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우리집 녀석들도 마찬가지고요. 김동기님은 목욕하기 이틀 전쯤 이야기를 해주라고 하세요.
그래야 아이들도 마음에 준비를 한다고.또 외출할 때 "금방 올께"하고 나가서 밤늦도록 오지 않으면 신뢰가 깨지니까 그런 식의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시네요.
김동기님도 반려동물을 3-4살 정도 아이 대하듯이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라돌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반야의 대답, "흥"
하지만 현재 자기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주로 제 옆 자리)가 보라돌이의 자리였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아주 쬐~~~끔.
그래도 보라돌이에 대해서는 "흥"이랍니다. 김동기님이 그랬어요. "그냥 흥-이라고만 하는데요."
요새 간식을 줘도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혹시 먹고 싶은 게 있는지?
김동기님이 "간식 중 맛을 바꾼 것이 있나요?"하시는데 금방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반야는 약간 붉은 색이 나고, 쥐를 잡았을 때처럼 그 쫄깃한 것이 좋다고 해요."
크-헉...쥐?.....쫄깃?......뭐냐? 그게.....(쥐를 잡아본 적도 없는 녀석이)
그래서 간식이 담겨 있는 상자를 가지고 왔어요.
반야에게 하나씩 내밀면서 어떤 거냐고 했더니 하나에 반응을 보였어요.
사진 출처 : http://www.09bob.com/v4/
반야는 이걸 참 좋아했어요. 행복이는 입도 대지 않고 보라돌이는 다른 먹을 게 없을 때만 먹었는데
반야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고양이도 제각각 좋아하는 게 다르니까요.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전혀 먹질 않는거예요. 그래서 비슷하지만 다른 것을 주문해서 주었어요.
바로 이것. 값은 두배 이상 비싸고 양은 훠~~얼~~씬 적은......
반야는 이게 마음에 들었던 거죠. 비싼 것을 좋아하다니....ㅠㅠ
엄마의 주머니 사정을 너무 몰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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