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대화 이후, 우리집 풍경2

MissJaneMarple 2010. 7. 27. 03:52

 

행복이가 프린터 위로 뛰어 올라왔습니다. 제 옆 상자에서는 반야가 자고 있었구요. 반야가 자리잡고 있으면 행복이는 프린터 위로 올라왔다가도 하악질 한번 하고 바로 내려갔었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널부러져 있는 반야를 바라봅니다.

 

 

행복이의 눈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반야는 잠꼬대를 자주 합니다. 때론 몸을 많이 움직이기도 하죠. 행복이가 반야를 쳐다볼 때 하필이면 반야가 요란하게 잠꼬대를 하고 갑자기 몸을 움직였습니다. 놀란 행복이.

 

더보기

 

 

 

허둥거리다가 모니터 뒤쪽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행복이의 꼬리도 허둥지둥....

 

 

행복이가 소리를 내며 안방으로 달려갈 때 눈을 뜬 반야, "아줌마! 뭥미~"

 

 

안방에 가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 반야는 3일 째 안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전히 행복이와 반야는 툭닥 거립니다. 펀치도 교환하고 하악질도 합니다.

하지만 반야와 행복이는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중입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둘이 싸우는 소리가 나기에 안방으로 가서 행복이 야단치고 반야도 혼냈습니다.

김동기님이 둘이 싸우면 하나만 혼내지 말라고 했거든요.

반야는 수긍하는 표정을 행복이는 다소 억울하지만 참겠다는 얼굴을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찍은 사진입니다.

"너희 둘이 이젠 싸우지 않을거지. 그렇게 할거라 생각하고 증명사진을 찍겠다."는

말도 안 되는 훈계(?)와 함께.... ㅡㅡ;;

 

 

행복이의 이 모습은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과 동물'의 느낌입니다.

호랑이나 사자, 표범은 아니지만 고양이라고 하기도 그런....

요며칠 행복이는 생각이 많은 눈과 얼굴을 합니다.

 

 

행복이의 심정과 또다른 소용돌이를 가슴에 품고 있는 반야입니다.

막무가내 반야라고 생각했던 것, 부잣집 철없는 외동딸 같다고 말했던 것....하나하나 다 마음에 걸립니다.

 

거실에 있다가 안방에서 뭔가 소리가 나서 가보니 반야는 장롱 위에 있고 행복이는 침대에서 마따따비 막대를 핥으며 좋아하는 중이었습니다. 아마 행복이가 장롱 위에 있을 때 반야가 올라왔는데 싸우지 않고 행복이가 침대로 뛰어내린 모양입니다.

위에서 행복이를 바라보던 반야가 내려오자 갑자기 행복이가 반야의 동선을 살폈습니다. 반야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몸을 긴장시키면서 살피더군요.  행복이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자 안방 문쪽으로 나오던 반야가 침대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행복이가 반야를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하. 지. 만.

 

반야를 덮쳐 기를 죽이지도 못하고 몸길이의 비애를 느끼게 하는 사건만 벌어졌습니다.

뒷발은 침대에 걸쳐 있고 앞발은 방바닥에 간신히 닿은....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오자니 공격을 당할 것 같은.....

결국 행복이는 버둥거리다 무너지고 혼자서 하악질을 하고 끝났습니다.

행복이에겐 굴욕이지만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림은 이것보다 훨씬 못하기 때문에....

에잇- 그냥 삭제할까?.....하다가 만든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두는 미스마플. ㅡㅡ;;

 

김동기님네 고양이 양양이는 6년 동안 학대받은 기억에서 벗어나는 데 2년이 걸렸답니다.

우리 행복이와 반야도 각자의 아픔을 삭이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같이 노력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 김동기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billyk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