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돌이는 거의 대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 녀석이 숨는데 바쁘고 간식으로 유혹해도 간식 먹을 때만
거실에 잠시 있을 뿐 달아나 버리더군요.
마플: 보라돌이는 반야를 어찌 생각하는 지요?
김: 못됐다고 하네요.
마플: 네?
김: 이기적이라고.
마플: ㅡㅡ;;
마플: 수술한 곳은 어떤지요?
김: 여전히 어색하고 신경쓰인다고 해요.
엄마인 행복이가 하악질을 하거나 펀치를 날려도 가만히 있던 보라돌이가 어느 순간부터 행복이에게 달려들어서 앞발로 행복이를 눌러버리거나 쫓아다니며 괴롭힐 때가 있어요. 병원에서는 반야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만일 보라돌이가 놀자고 한 것인데 행복이가 싫다고 달아난 것이면 어쩔 수 없지만, 엄마인 행복이를 괴롭히는 것이라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전해주세요. 네 엄마 성질 괴팍한 거 한 두해 보냐고.....(그런데 제 엄마 성질 괴팍하다...는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
보라돌이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엄마가 엄마같지 않으니까."
아니, 이런 녀석이 다 있나?
그런데 알고보니 예전의 당당했던 엄마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거예요. 반야에게 눌려있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보라돌이는 행복이에게 정신 차리라고 그런다는 겁니다. 과격한 녀석.
뭐야? 엄마가 뭐 어째? 행복이 표정이 살벌하다.
마플: 보라돌이는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울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뭘 원하는 걸까요?
김: 보라돌이는 예전에 형제가 다 있었을 때를 그리워해요. 그 형제들이 그리울 때 그런 행동을 합니다.
아! 이것 역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어요. 우리 보라돌이는 그때가 행복했구나.
아휴~ 난감하기 그지 없네.
김동기님은 보라돌이의 형제들을 한꺼번에 모여서 만나게 해줄 수 있냐고 하셨지만, 만나면 일단 하악질부터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에 파랑이가 잠시 왔을 때 보라돌이와 파랑이가 서로 그랬거든요. 연두는 파랑이에게 그랬고. 그래서 이건 좀 어려울 듯.
마플: 보라돌이가 고개를 자주 흔드는 데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요. 정밀 검사를 받은 것은 아니고
귀진드기가 염려되어서 귀 검사는 했거든요.
김: 사물이 겹쳐보인다고 해요. (이 부분은 김동기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떤 증상인지 여러 번 물었어
요. 거의 이런 의미인 듯) 그래서 사물을 똑바로 보기 위해 고개를 흔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가끔 이런 증세가 있다고 하는데 마플은 왜 병원에 갈만큼 심각한 거냐고 묻지 않았을까요? 바보바보...
앞으로 신경써서 살펴야겠어요.
김: 보라는 여기(콧등을 만지면서)도 좋지 않군요.
마플: 보라돌이가 콧물을 자주 흘려요. 재채기도 자주 하는 편이고. 꾹꾹이를 할 때는 콧물이 뚝뚝 떨어져요.
김: 폐의 상태도 아주 좋은 것은 아니예요.
마플: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숨소리가 쌕쌕- 거리거든요.
다시 한번 보라돌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 순간입니다.
보라돌이는 어릴 때부터 숨어서 덜덜 떨고 있을 때가 많았어요. 식구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거든요. 그래서 어머니는 “보라돌이는 숨는 게 일이야”라고 하세요. 보라돌이 자신은 스스로를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라돌이는 누가 봐도 멋진 고양이니까 친척들이 와도 숨지 말고 당당하게 다녔으면 좋겠다고 해주세요.
보라돌이는 어릴 때 심하게 놀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는 사람에게 애정을 표현하려고 다가갔는데 뜻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많이 놀란거죠. 사람에게 다가갈 때 물건이 떨어졌거나 문이 세게 닫혔거나 사람이 갑자기 안으려고 달려들었거나 등등. 이건 어찌 해결해야 하는지....
보라돌이에 대한 내용은 이게 끝이예요. 이것도 제가 좀 잡고 있을 때 나온 이야기입니다.
도망가서 숨기 바빴으면서 토요일 오후부터는 내내 짜증을 내고 있어요.
행복이와 반야에게 관심이 집중된 것이 싫은지, 병원에 다녀온 후라서 그런지 알 수 없네요.
하~아. 산너머 또 산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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