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님이 반야의 말을 전해주실 때 오줌은 화장실에서...라는 우리의 말에 반야는 "화장실이 재미없다"는 다소 황당하고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작은마왕이 말했던 것처럼 화장실에 쥐돌이 장식을 헸습니다.
화장실 뚜껑을 반쯤 열어 두었고 장식을 하면서 "반야, 네가 화장실이 재미없다고 해서 이렇게 장식을 하는데 마음에 들어? 이 장식이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장식할 것을 고르고 꾸미는 동안 반야는 내내 관심 있게 지켜보았습니다. 또 반야에게 말을 하는 동안 마치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물론 반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은 그랬습니다.
관심있게 지켜보기는 했지만 마음에 드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간 발자국은 있는데 사용한 흔적은 없었으니까요. 보라돌이와 행복이도 이게 뭔가~~싶은지....
반야는 밤에 행복이에게 달려들어 또 펀치를 날렸습니다. 김동기님이 말씀해 주신대로 반야를 기氣로 제압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시도를 했는데 우연인지 어쩐지 더 이상 행복이에게 달려들지 않고 누워버리더군요.
보라돌이는 여전히 반야에게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며 펀치를 날렸습니다. 어쩌면 보라돌이가 오후에 병원에 다녀와서 그런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병원에 다녀오면 짜증을 엄청 내거든요. 병원에 가기 전에 보라돌이에게도 말을 했습니다. 오늘 몇 시간 있다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느데 일년에 한번만 맞으면 되는 거도, 오늘은 몇 시간 있다가 가야 하는 걸 얘기하지만 다음부터는 며칠 전에 이야기 해주겠다고, 미안하다고.....
하지만 보라돌이의 짜증은 밤이 되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쓰다듬는 팔을 무는 사태까지 갔습니다. 물론 세게 문 것은 아니지만 보라돌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일은 좀처럼 없으니까요. 자기 옆을 지나가는 엄니와 작은마왕에게도 하악질을 하고.... 그렇게 김동기님을 만난 토요일이 지났습니다.
다음날(25일) 반야는 한참을 안방에 머물렀습니다. 그 동안은 반야가 안방에 가면 낚시를 이용해 반야를 데리고 나왔었지요. 행복이와 싸우거나 오줌을 싸니까요. 그럴 때마다 반야에게 미안했습니다.
여전히 안방 침대엔 반야의 오줌 공격을 막기 위한 물건들이 잔뜩 널려 있지만 행복이와 반야가 서로에게 으르렁 거리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반야는 이불 속(노란화살표)에 들어가 있고 행복이는 그 옆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은 반야가 침대 밑에서 행복이를 보면서 서로 으르렁 거리고, 반야가 침대 위로 올라오면 행복이가 내려갔거든요.
둘이 이렇게 있는 동안 반야에게 다가가 "행복이 아줌마 때문에 너를 보냈던 것은 아니야. 엄마가 잘못한 거야. 엄마가 반야에게 많이 미안해. 잘못했어. 이제 우리 여기서 행복이 아줌마랑 보라돌이 오빠랑 할머니랑 작은마왕이랑 엄마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반야가 안방에 있는 동안 수시로 가서 반야를 쓰다듬으며 이런 내용의 말을 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반야가 행복이에게 화를 내는 것 같았습니다. 안방으로 달려가 보니 반야는 이불 속에서 화를 내고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반야, 엄마가 많이 미안해. 행복이 아줌마 때문에 보낸 게 아니야." 화를 가라앉히는 것 같았습니다. 행복이와 반야가 서로 이야기하는 도중에 반야가 화가 난 것은 아닌 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행복이는 그 자리를 피하지 않고 그냥 있더군요. 행복이도 애를 쓰는 듯했습니다.
어느 순간 보니 행복이가 장롱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행복이가 장롱 위로 올라가면 반야가 뒤따라 올라가 둘이 장롱 위에서 으르렁 거리면서 대치를 했는데 반야가 그냥 침대 위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자기 편한 자세로 누워 있었습니다.
엄니는 반야가 엄니를 쳐다보았다고 좋아하셨습니다. 또 행복이의 싶은 속을 알게 된 후 행복이가 너무 기특하다고 하십니다. 또 반야가 느꼈을 외로움과 슬픔을 몰랐던 '인간의 죄'를 말씀하셨구요. 보라돌이가 형제를 찾는 것에 대해서도.....
이건 엄니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아니라 우리집 식두 모구가 그렇습니다. 같이 살고 있는 반려동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는 자세와 실마리를 갖게 해준 '대화'였습니다.
김동기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billyk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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