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반야는 시험하는 중?

MissJaneMarple 2010. 7. 31. 02:31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는 부모와 전문가의 노력으로 아이가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변한 줄 알았던 아이가 느닷없이 예전보다 더 심하게 떼를 쓰고 난폭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부모가 정말 나를 위하고 사랑하는지 시험하는 중"이라는 말을 한다.

 

어제 아침 어머니가 산에 운동하러 다녀오시고 잠시 쉬시다가 침 맞으러 가셨다.

청소를 하려고 안방에 들어갔는데, 허걱-

반야가 개어놓은 이불에 또 쉬를 한거다. 화는 나지 않았다.

그냥 절망스럽다고나 할까...

김동기님도 금방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고 내 생각도 그랬지만

며칠 동안 반야와 행복이가 잘 해줬기 때문에 기대가 한껏 높아졌었나보다.

 

'대화' 전에는 엄니보다 더 야단을 쳤다. 그래야 반야가 엄니께 말씀을 덜 듣기 때문이다.

반야의 오줌 누는 회수가 늘어날 때마다 야단치는 목소리는 커지고 높아졌다.

병원에서 알려준 방법 중 하나인 상자에 가두기도 했고(이건 오줌을 싸면 벌받는다는 것을

인지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 아플 때 착용하는 카라를 씌우기도 했다.

 

이 방법을 통해 반야는 오줌을 싸면 야단맞고 식구들이 싫어하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반항심은 점점 커갔던 것 같다. 다 지나고 생각하니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제는 일단 오줌 묻은 이불을 가지고 내 침대에서 자고 있던 반야에게 갔다.

반야는 냄새를 맡더니 싫다는 소리를 낸다. 이제 야단을 맞겠거니...했다보다.

낮고 부드러운 소리로 말을 했다. 진심을 담아서.

 

뭐가 불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방법으로 그걸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화난 이유를 엄마는 알 수 없어. 난 네 말을 그 아저씨처럼 들을 수가 없거든.

너를 다른 곳으로 보냈던 건 행복이 아줌마 때문이 아니라고 했지?

그래서 엄마가 아주 많이 반야에게 미안하다고.

반야, 우리 싸우지 말고, 화 내지 말고 오래 같이 살자.

그렇게 할거지?

만약 또 오줌을 싸면 그때는 안방 출입금지야. 그건 약속해야 해.

 

'대화' 전에는 오줌 묻은 이불 냄새를 맡게 하고 잔소리를 시작하면 싫어하는 소리를 크게 내면서

도망가버렸는데, 어제는 처음에는 싫다는 듯한 소리를 냈지만 끝까지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이야기를 알아듣고 있다는 특유의 그 표정을 지으면서.

 

또 반야를 데리고 베란다의 한 장소에 가서, 화가 나서 오줌을 싸고 싶거나 스프레이를 하고 싶으면

여기에 와서 하라는 말을 했다. 반야는 귀찮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가버리지 않고 그 장소를 바라보더니

냄새를 맡고 탐색을 했다.

 

엄니께서 오시는 소리가 나서 서둘러 현관으로 나가 반야가 또 오줌을 쌌다고, 어쩌면 이게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는 아이'의 그 행동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게 현관에 서서 엄니께 말씀을 드리는 동안 어느새 반야가 소리도 없이 다가와 엄니와 나누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안방문과 작은마왕 방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 반야의 마음도 그렇게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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