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반야의 목욕

MissJaneMarple 2010. 9. 2. 16:55

 

우리집 녀석들을 목욕시키기는 정말 힘들다.

행복이는 눈에 퍼렇게 불을 켜고 보라돌이는 한쪽으로 자꾸 쓰러진다. ㅡㅡ;;

반야는 목욕시킬 때 할퀴고 물고 소리지르고.

제일 이상했던 것은 목욕이 끝난 욕실에 가서 자꾸 우는 거였다.

부르면 반갑게 달려오고 또 욕실에 가서 울고 부르면 달려오고.

김동기님과 '대화'할 때 반야는 목욕할 때 자기가 그런 것이 창피해서 그런다고 해서 놀랐었다.

 

얼마 전 목욕하기로 한 날 반야는 미친듯이 저항했다. 물론 삼일 전부터 목욕할거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행복이와 보라돌이에게도 말해주고 반야에게도.

그런데 반야는 그게 오히려 역효과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날 반야는 목욕시키지 못했다.

 

반야에게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반야, 엄마가 알레르기 비염이 있어. 그래서 자꾸 재채기하고 콧물이 나는거야.

네가 털을 잘 빗지 않고 목욕을 하지 않으면 그게 더 심해져.

그러니까 목욕을 해야 하는거야.

 

그렇게 다시 3일을 말하고 다시 목욕을 시도했다.

그날은 작은마왕이 좀 아퍼서 혼자 목욕을 시켜야 했는데 다른 어느때보다 얌전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덜 울고 덜 저항했다는거지.

털을 말릴 때는 반야도 인내심이 바닥이 난 모양이었다.

결국 제대로 털을 말리지 못하고 목욕을 끝내야 했다.

 

목욕 후, 반야를 엄청 칭찬했다. 무서운데도 잘 참고 목욕을 했다고,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고...

반야는 뿌듯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욕실에 가서 울지 않았다.

 

 

나 잘했어요?

그래, 그래. 정말 잘했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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