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반야, 그렇게 좋냐?

MissJaneMarple 2010. 9. 2. 17:18

 

화요일, 주문한 고양이 화장실이 왔다.

몇 개의 간식도 같이 주문했는데 우리집 녀석들, 특히 행복이는 간식 주문을 기막히게 안다.

상자 안에 들어있고 다 포장이 되어 있는데도 그걸 알 수 있는 모양이다.

상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니 세 녀석이 우르르 뒤를 따라 들어온다.

녀석들에게 간식을 주고, 이번에 처음으로 주문한 사료를 조금씩 주면서 맛을 보게 했다.

행복이와 보라돌이는 너무 좋아했고 행복이는 어느새 다 먹고 더 달라는 눈빛을 하는데

반야는 입맛에 맞지 않는지 냄새를 맡더니 입도 대지 않는다.

우짜냐...앞으로 그걸 먹어야 하는데.

손에 덜어 입에 갖다 대어도 싫다고 하고 또르르~ 굴려주어도 싫다고 하더니

나중엔 손을 물어버린다. 싫다는데 왜 귀찮게 하냐는 거다. ㅡㅡ;;

 

간식 맛보기가 끝나고 화장실을 놓았다. 반야가 큰 관심을 보였다. 

반야, 이제 여기다가 화장실을 둘거야. 그러니까 여기에서 오줌을 누었으면 좋겠어.

네 마음에 드니? 모래도 새로 부어줄께.

 

화장실을 두자마자 반야는 냄새를 맡더니 얼른 들어가서 쉬-를 했다.

조금 후에 보라돌이가 와서 들어갔는데 반야가 달려와 화장실 안에 있는 보라돌이에게

펀치를 날렸다. 그 모습이 '여긴 내 화장실이야. 빨리 나왓-'하는 것 같았다.

반야, 너도 보라돌이 오빠랑 행복이 아줌마랑 화장실을 같이 썼잖아.

그러니까 너무 보라돌이에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자기' 화장실이 너무 마음에 들고 지키고 싶은 반야는 화장실 앞에 앉아서

떠날 줄 몰랐다. 나는 계속 웃음이 나왔고.

보라돌이는 한번 더 새 화장실에 들어갔었으나 반야의 공격에 또 도망쳤다.

보라돌이도 이건 반야의 화장실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모래를 잡아주는 발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차츰 마련하면 되는거고.

 

 

그날 반야는 내 방에서 오지 않고 화장실이 있는 방의 상자 안에서 잠을 잤다.

아마 화장실을 지키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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