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반려동물의 마음을 이해하긴 정말 어려워

MissJaneMarple 2010. 8. 4. 01:53

 

녀석들이 화장실에 다녀오면 발에 붙이고 오는 모래가 여기저기 흩어져 온 집안이 사막처럼 변합니다.

시막화를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쓰지만 행복이와 달리 보라돌이는 볼 일 본 것을 덮지도 않고

털지도 않기 때문에 모래가 많이 딸려나오지요.

그래서 냥이 화장실 주변에 작은 쓰레받기와 빗자루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엄니께서 모래를 쓸어담으시려고 쓰레받기를 드시려다가 깜짝 놀라셨답니다.

뭔지 짐작하시겠죠? 반야의 오줌입니다.

반야, 이젠 거기에까지.....

엄니는 "반야, 네가 우리를 시험 중이냐?"하시고 말았습니다. 저도 별 말 없이 그냥 닦고 말았지요.

 

반야는 낮동안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있을만한 곳을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더군요.

얼마전에도 그러더니....

 

 

오후 6시가 다 되었을 때,  "또 오줌쌌다"고 하시는 말씀에 안방으로 달려가니 침대에 선명한 오줌자국. 

엄니께서 안방 화장실에 가실 때는 괜찮았는데 나오니까 이렇다고...

그 짧은 사이에 일을 벌인 것입니다.

일단 시트를 들고 상자 안으로 들어가 숨은(?) 반야에게 다가가니 싫다는 소리를 냅니다.

지난 번보다 반응이 강합니다. 펀치를 날리기도 하고 상자 안에서 나와 제 눈 앞에서 벗어나려고 하였습니다.

 

김동기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대화'한 지 열흘이 되었고, 그 사이 반야가 오줌을 네 번 쌌다고,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이 녀석이 나와 같이 살기 싫은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든다고....

 

김: 반야가 옆에 있나요?

마플: 네. 앗- 없는곳에서 전화를 했어야 했나요?

김: 아니요. 있는 게 좋을 듯해서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 누가 왔었나요?

마플: 일요일에 동생네 식구들이 왔었어요. 왜요?

김: (반야가) 누가 왔다고 해서요. 그때 반야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었나요?

마플: 아니요. 그날 반야도 편하게 있었어요. 아! 맞다. 조카가 반야 때문에 크게 놀란 적이 있었는데 그날 반야가 조카를 향해 아주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조카는 놀라서 뒷걸음질 쳐서 제가 막았어요. 그리고 조카한테는 "야옹이가 너랑 친하려고 하는 거야"라고 말했어요.

김: 그게 마음 상했던 모양이네요.

 

조카에게 다가가는 반야의 속도가 빠른 편이었고 조카는 겁에 질려 있어서 막을 수밖에 없었지요. 정말 반야는 조카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간 것일까요? 휴~

또 오늘(3일)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셔서 쓰레받기 오줌사건(?)과 보라돌이와 상자 때문에 벌인 신경전 이야기를 했어요.

 

김: 쓰레받기에 오줌싼 일은 반야에게 이야기를 하셨어야 해요. 뭔가 불만이 있어서 그걸 표시한 건데 무시당한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마플: 그렇군요. ㅡㅡ;;

 

전에 김동기님이 반야에게 보라돌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반야의 대답은 "흥"이었어요.

행복이와 반야 사이엔 뭔가 특별한 감정도 있는데 보라돌이는 그렇지 않다고 하시네요.

행복이와 반야가 싸울 때 관여를 하지 않거나 둘 다 야단쳐도 반야에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보라돌이와 반야의 사이에서 일이 생기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반야가 머무는 상자에 보라돌이가 들어갔을 때 그냥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반야에게 그 상자를 내어주고 보라돌이는 보라돌이가 주로 있는 흔들의자로 가게 했어야 했다는 말씀이었어요.

 

 

김동기님은 아직 열흘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물론 저도 그런 마음이었지요. 그런데 반야가 하루에 두 번이나 오줌을 싸니까....ㅡㅡ;;

 

또 반야와 행복이는 나름대로 노력 중인데 그걸 칭찬해줘야지 다른 것을 한꺼번에 다 바라지 말라고

그건 인간의 욕심일 뿐이라고 하시더군요.

네, 알겠습니다.

 

반야와 행복이가 으르렁 거리고 싸우는 것은 정말 많이 줄었어요.

두 녀석 모두 애쓰고 있으니까요.

그걸 크게 보고 칭찬해 주었어야 했는데......

 

*

 

반야는 지금 상자 안에서 자고 있어요.

안방에 들어가려고 해서 몇번이나 제지했는지 몰라요.

한번 더 오줌싸면 안방출입금지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반야를 안고 안방에서 나와 상자 안에 넣고 말했어요.

약속했었지? 한번 더 오줌싸면 안방출입금지라고.

아침까지는 출입금지야. 아침이 되면 들어가서 행복이 아줌마랑 같이 자.

지금은 안 되는거야.

 

반야는 약간 심통을 부리더니 잠이 들었어요.

안방출입금지 때문에 또 오줌을 싸는 것은 아닐까 염려도 되지만 약속한거니까요.

 

하~아.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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