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왕과 행복이네

우리 행복이 1

MissJaneMarple 2010. 8. 6. 16:11

 

어제는 7시 넘어서 들어왔고 동생도 병원에 들렀다 오느라 다른 때보다 늦었지요.

7시 30분 경 저녁을 먹고 에어컨을 틀자고 하면서 우리집 녀석들을 찾았습니다.

보라돌이와 반야는 공기가 시원한 거실로 나왔는데 행복이는 보이지 않는 겁니다.

장롱위에 있나 살펴도 없고. 나중에 보니 쇼파 뒤의 공간에 있더군요.

 

자정 쯤 엄니가 주무시러 들어가셨습니다. 조금 후에 행복이가 엄니 곁에 있는지 살피러 들어갔는데 없는

겁니다. 행복이는 어느 구석에서 자고 있다가도 엄니께서 안방에 가시면 꼭 따라들어갔는데 정말 이상했요. 

쇼파 뒤를 보니 행복이가 여전히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마플은 쇼파를 밀고 행복이를 불렀습니다. 그냥 보기에도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이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쇼파를 밀고 행복이를 안았지요. 행복이는 누구든지 안으면 일단 가벼운 하악질을 합니다. 그런데 몸이 굳은 채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거실 가운데로 안고 오는데 손이 이상해서 보니 물기가 있습니다. 행복이가 오줌을 싸고 있었던 겁니다.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던 아이인데....

 

급한대로 행복이를 화장실에 내려 놓고 엄니를 깨웠습니다.

행복이가 이상하다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고...엄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셨지요.

놀라서 일어나신 엄니께 이러저러 했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 화장실 쪽을 보니 행복이가 없습니다. 

엄니랑 구석구석을 찾으면 낮은 소리로 행복이를 불렀습니다. 작은마왕은 출근을 해야 하니까 깨우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는데 결국 작은마왕도 일어났지요. 그리고 작은마왕 방 침대 밑에 들어가 있던 행복이를 찾았습니다.

행복이를 안고 나올 때 엄니께서 행복아- 부르며 쓰다듬으려고 하시니까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피가 철철나게 물리고....  모두 다 놀랐지요. 행복이, 엄니, 작은마왕, 저.

조금 후에 엄니께서 손 냄새를 맡게 하시고 다시 쓰다듬으니 그때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쇼파 뒤로...

 

 

처음엔 물을 주었는데 그냥 저를 바라보기만 해더군요. 그래서 평소 좋아하는 간식을 담아서 쇼파 뒤로 들이밀었습니다. 그건 다 먹었어요. 조금 더 담아주었는데 입도 대지 않고.

행복이가 쇼파 뒤에 있는 동안 작은마왕은 엄니의 성화에 들어가고 난 오줌의 흔적을 닦았습니다.

혹시 보라돌이나 반야가 냄새가 난다고 그곳에 쉬를 할까봐 박박- 문질렀지요.

 

엄니는 쇼파에 앉아 계시고 난 쇼파 뒤에서 행복이를 마주 보고 있다보니 새벽 3시가 훌쩍 지났습니다.

행복이가 안방 쪽으로 조심스레 움직이기에 안방에 먹을 것과 물을 놓아주었는데 어느새 반야가 들어와

방바닥에 벌렁 누웠습니다. 반야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니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냅니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ㅡㅡ;;

 

행복이 아줌마가 아퍼서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나가자고 반야를 달래서 데리고 나온 후, 살금살금 베란다 쪽으로 다가가 안방을 살폈습니다. 엄니 말씀에 의하면 행복이가 어쩔 줄 모르고 왔다갔다 한다고....

 

휴....이게 무슨 일이래.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더니 엄니는 놀란 것처럼 보이니까 김동기님께 연락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셨습니다. 무엇에 놀랐는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우리는 그렇게 답답한 밤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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