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금지 / 이희중 지옥은 아니지만 이 별의 삶은 내가 여행하는 별들 가운데 비교적 피곤한 편 이 별은 한번 저지른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독특한 원리를 끝없이 강조하는 학교 이를테면 그것이 이 거대한 학교의 치사하고 아니꼽고 더럽고 유치한 교과 교실의 흑판에는 이렇게 씌어 있지 주의! 한번 가면 절대로 돌아.. 즐거운 글읽기 2007.02.28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 즐거운 글읽기 2007.02.28
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즐거운 글읽기 2007.02.28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 조용헌 조용헌은 어떤 기준으로 명문가를 말하는가? 그는 가장 보편적인 조건은 그 집 선조 또는 집안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느냐(How to live)'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고 하였다. 이 문장을 봤을 때 ‘아하!’했다. 그래, 맞다. 한 집안도 그렇고, 개인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 왔는가..... 정.. 즐거운 글읽기 2007.02.28
활엽수림에서 / 황지우 1971년 : 4월 대통령 선거. 5월에 재수하러 상경. 광화문 뒷골목에 진치고 날마다 탁구나 당구 치다. 1972년 : 대학 입학, 청량리 일대에서 하숙. 그해 여름, 어 느날, 혼자, 몰래, 588에서 동정을 털고 약먹다. 약값을 친 구들한테 뜯기도 하고 새 책을 팔기도 하다. 가을, 국회 의 사당 앞, 탱크.. 즐거운 글읽기 2007.02.27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그대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 즐거운 글읽기 2007.02.27
터키석 반지/ 문정희 사랑에 은퇴하고 가을 하늘처럼 투명해지면 터기석 반지 사러 터키에 가고 싶다. 어느 슬픔의 바다에서 건져 올렸던가, 천년 햇살에도 마르지 않는 깊은 눈을 가진 여자 푸른 물 소리 출렁이는 터키석 속에서 만나고 싶다. 비둘기떼 쏟아지는 위스크다르 항구에 닿고 싶다. 실크로드 그 끝자락에는 동.. 즐거운 글읽기 2007.02.27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 즐거운 글읽기 2007.02.27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 켄 하퍼 (켄 하퍼 지음/ 박종인 옮김/청어람미디어 펴냄) 원제목 Give me my father’s body.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백인’ 북극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 어릴 때 그의 북극 탐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난을 극복하고 북극까지 다녀온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린란드에 살고 있던 미닉과 그의 아.. 즐거운 글읽기 2007.02.27
화인열전 1, 2 / 유홍준 * 화인열전 1권 -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 책을 펴내며 / 인간학으로서 미술사를 위하여 1. 연담 김명국 - ­아무도 구속할 수 없던 어느 신필의 이야기 2. 공재 윤두서 - ­자화상 속에 어린 고뇌의 내력 3. 관아재 조영석­ - 선비정신과 사실정신의 만남 4. 겸재 정선­ - 내 비.. 즐거운 글읽기 2007.02.26